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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200만원' 임지열의 반란…키움, KS까지 1승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새로운 '가을 영웅'의 탄생을 목도했다. 연봉 3200만원을 받는 9년 차 외야수 임지열(27)이다.

키움 임지열이 27일 LG와의 PO 3차전에서 7회 대타로 나와 역전 결승 2점포를 친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임지열이 27일 LG와의 PO 3차전에서 7회 대타로 나와 역전 결승 2점포를 친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임지열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2 KBO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대타로 나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정규시즌 3위 키움은 이 한 방으로 6-4 역전승을 거둬 정규시즌 2위 LG에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키움이 남은 2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면,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승리의 추는 LG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LG 선발 김윤식이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동안, 키움은 경기 초반 내준 2점 리드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다. 키움이 6회 말 2사 1·2루에서 김혜성-푸이그-김태진의 연속 적시타를 묶어 역전에 성공했지만, LG도 7회 초 2점을 보태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LG는 이후 올 시즌 홀드왕 정우영을 비롯한 불펜 필승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지키기'에 나섰다.

키움의 진짜 영웅은 그 순간 등장했다. 7회 말 2사 후, 키움 김준완의 땅볼 타구가 높이 튀어올랐다. LG 투수 김대유가 점프했지만 잡지 못하고 놓쳤다. 2사 1루. 키움은 곧바로 베테랑 왼손 타자 이용규 대신 오른손 대타 임지열을 투입했다. LG도 투수를 오른손 이정용으로 교체하며 맞불을 놨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배트를 고쳐 쥔 임지열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라는 야구 격언을 주저 없이 실행에 옮겼다. 이정용의 초구 직구(시속 147㎞)가 몸쪽 가운데로 들어오자 있는 힘껏 걷어올렸다. 타구는 130m를 날아가 외야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국가대표급 타자가 즐비한 가을의 그라운드에서 무명의 백업 선수가 쏘아 올린 회심의 축포였다.

키움 임지열(오른쪽)이 27일 LG와의 PO 3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포를 친 뒤 연타석으로 쐐기포를 치고 들어온 이정후와 주먹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임지열(오른쪽)이 27일 LG와의 PO 3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포를 친 뒤 연타석으로 쐐기포를 치고 들어온 이정후와 주먹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관중석은 순식간에 환호로 뒤덮였다. 홈런의 주인공 임지열은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홈을 밟았다. 대기 타석에 있던 이정후와 손바닥이 부서질 듯한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품에 안겼다. 뒤이어 타석에 선 이정후는 다시 초구에 쐐기 솔로포를 터트려 임지열이 지핀 열기에 더 불을 붙였다.

임지열은 경기 후 "이정용이 직구가 좋은 투수라 직구 공략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잊을 수 없는 홈런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소름이 돋았다"고 감격했다.

임지열은 2014년 2차 2라운드에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다. 하지만 좀처럼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입단 9년째인 올해도 1군 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를 기록한 게 전부다. 홈런과도 인연이 없었다. 지난 8월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터트린 홈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 그가 정작 더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KT 위즈와의 준PO 1차전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쐐기 2점포를 터트렸고, PO 3차전에선 승부를 가르는 홈런을 날렸다. 팀과 자신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가을의 추억을 남겼다.

두 팀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키움은 타일러 애플러, LG는 케이시 켈리를 각각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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