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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넘는 집도 대출 가능…규제지역 LTV 50%로 풀어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일괄 완화한다. 수도권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 빗장도 푼다.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으려 2019년 말 정부가 꺼내 든 초강력 대출 규제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의 ‘3고(高)’ 파고에 3년여 만에 정상화한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이날 열린 복합위기 속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각 방송사를 통해 80여 분간 전체 내용이 공개 됐다. 2022.10.27/뉴스1

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이날 열린 복합위기 속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각 방송사를 통해 80여 분간 전체 내용이 공개 됐다. 2022.10.27/뉴스1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화두는 ‘경제 활성화’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금 전 세계적인 고금리에 따라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제일 먼저 물가 관리를 통해 실질 임금의 하락을 방지하고 서민 생활 안정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를 위해 정부는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카드를 꺼냈다. ‘거래절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한파가 덮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우선 규제 지역 내 주택의 담보가치에 따른 대출금 비율(LTV)을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로 단일화한다.

현재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LTV 40%(9억원 초과분엔 20%), 조정대상 지역은 50%(9억 초과분엔 30%)로 묶여 있다. 이를 무주택자나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매하려는 ‘갈아타기’ 실수요자에 한해 풀어주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규제지역에 적용했던 ‘LTV 0%’ 룰을 그대로 적용한다.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넘는 초고가 아파트 구매 시 자금 조달을 원천 봉쇄했던 ‘대출 금지’도 내년부터 해제된다. 해당 규제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대상은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 있는 1주택자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한 뒤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내년 초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그동안 대출 규제가 굉장히 강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정책 여건이 변했다”며 “(대출 규제 완화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장에선 정부의 전폭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일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순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봤다. LTV 문턱이 낮아지더라도 소득에 따라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LTV 규제 완화는 사실상 고소득자에게 기회다. 예컨대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대출자) A씨가 내년 서울에서 시세 1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연 4.8% 변동금리에 40년 만기·원리금분할상환방식의 주담대로 산다고 가정하자. A씨의 대출 한도는 기존 4억6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4000만원 늘어난다. 현행 투기지역 내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 분은 LTV 40%, 9억 초과분은 20%를 적용받는데 내년부터 주택값과 상관없이 50%로 완화돼서다.

하지만 연봉 1억원 미만 대출자의 경우 대출 증가액의 변화가 크지 않다. DSR 규제가 변수로 작용해서다. 은행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씨의 소득이 7000만원이면 4억97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LTV 규제 완화에 따른 한도 증가액은 3700만원에 불과하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에는 대출 한도(3억5500만원)는 변동 없이 그대로다.

치솟는 대출 금리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진입을 억누르는 요인이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최고 금리가 연 7% 선을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 26일 기준 연 5.75~6.66%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3.02~4.17%)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최대 2.73%포인트 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대출 금리가 치솟는 데다 DSR 규제가 유지돼 대출 규제 완화가 부동산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당국이 대출 규제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 서민·주택 실수요자가 대출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안심전환대출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대 장기·고정금리 상품(정책 모기지)으로 대환해주는 상품이다.

다음 달 7일부터 대상 문턱이 확 낮춘다. 주택가격 기준은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소득요건은 기존 부부 합산 7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신청요건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진 탓에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정치권과 시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5일까지 안심전환대출 신청 금액은 총공급액(25조원)을 크게 밑도는 3조9000억원(신청 건수 3만8000건)에 그쳤다.

이밖에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최대 50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일시적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기업에는 금리와 원자재 가격 등 상황에 맞춰 12조원을 공급한다. 또 취약기업에는 재기 지원을 위해 7조4000억원을, 혁신산업 등 미래성장 기업엔 30조7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조선산업 발전 방안과 관련해선 “대형 조선사 2곳에 대해 각각 25억달러씩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소형 조선사는 정책금융을 통해 RG 때문에 수주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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