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식사, 홀로 출장길…'이재용식 실용주의'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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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오른지 10년 만이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오른지 10년 만이다. 뉴스1

이재용(54)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하면서 ‘이재용식 실용주의’와 ‘JY(이재용)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로, 향후 삼성의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실용주의 행보 이어져…‘뉴삼성’ 나올까

우선 이 회장이 이날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 없이 취임한 것부터 ‘이재용식 실용주의’로 해석된다. 그간 이 회장은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 종종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기사 없이 직접 운전하거나 수행원 없이 여행가방을 끌고 홀로 출장길에 나서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장비 수배를 위해 직접 네덜란드로 달려가거나,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열흘 만에 240조원 투자안과 4만 명 직접 고용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재용식 실용주의’가 나타난 사례로 꼽힌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이 직접 해결사로 나선다는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서울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서울 삼성SDS 잠실캠퍼스에서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고 있다. 뉴스1

2012년 7월 이건희 회장 가족이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2년 7월 이건희 회장 가족이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 회장은 2001년 미국 하버드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 배치돼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4년에는 삼성전자와 소니 합작사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했고 2007년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승진했다.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4년 5월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부터다. 이듬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들어선 그룹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찾는 등 현장 행보를 늘려 왔다. “마누라와 자식 다 빼고 모두 다 바꿔라”로 압축되는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뉴삼성’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신사업 뚫을까

더 나아가 공식 회장 지위에 오른 만큼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8월 복권된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1년 새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팻 겔싱어 인텔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과 만나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과 교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방한한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과 회동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방한한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과 회동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 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 결혼식에 초청받기도 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쓰고 있다. 최근 미국의 디시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찰리 에르겐 회장과 산행을 함께 하며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화이자 백신이 국내에 조기 도입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30년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을 받기 시작한 이후 6년째 ‘무보수’로 일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회장 승진 이후에도 이 회장은 무보수로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등 5개 기업에서 배당금 2577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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