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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등떠밀리는 카카오, 보상 기준까지 정부가?...‘배임 논란’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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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과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 운전자지부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먹통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과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 운전자지부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먹통사태에 따른 대리운전노동자 피해보상 및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먹통 사태’ 후폭풍이 피해 보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권고에 나선 것. 경영진의 배임 논란까지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놓고 정부가 기업의 등을 떠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2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함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보상에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일부 보상 포함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e메일 전송 장애로 입사 지원 기회를 놓친 취업준비생이나 콜을 받지 못한 택시 기사 등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24일 기준으로 약 4만5000건이 집계됐다.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는 다음 달 1일까지 피해 접수를 마친 뒤 협의체를 만들어 보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게 왜 중요해

현행 법에는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 규정이 따로 없다. 기업들은 서비스 약관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한다. 하지만 이용자와의 이견으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 보상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따라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선보상 후조치’ 기조에 따라 무료 이용자까지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이용자를 위해 정부가 직접 기준점을 제시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은 향후 유사한 정보통신(IT) 서비스 장애에 보상 기준이 될 수 있다.

과거엔 어땠어

과기부의 기준 사례는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당시 유무선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치 이용료 감면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신 장애, 카드 결제 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반발로 일반통신 고객은 1~6개월치 요금을 감면하고 소상공인에겐 1인당 40만~12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총 보상 금액은 약 400억 원 규모였다.

카카오의 고민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① 보상에 대한 압박: 카카오는 유료 서비스는 물론 무료 서비스로 인한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카모)는 지난 20일 월 2만2000원 짜리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기사들에게 6일치 이용료인 4260원을 포인트로 지급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플랫폼운전자지부 등은 “무료 이용자에게도 현실적인 보상을 실시하라”고 요구했고, 카모는 2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지원 대상·규모 등을 협의해가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지난 25일 카카오에 피해보상 협의체를 구성을 요구했다. 소공연이 집계한 소상공인 피해사례는 약 1400건. 이들은 “카카오가 소상공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등으로 이윤을 창출했으므로 협의체를 통해 실질적인 영업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무료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자체가 카카오 전체 서비스의 뿌리이고 출발점”이라며 일괄 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카카오 먹통은 코로나처럼 전례 없는 재난”이라며 “전례 없는 보상을 하면 기업 이미지가 더 상승될 것이라고 본다”며 압박했다.

② 반발하는 주주들: 카카오의 피해 보상 범위가 넓어질수록 주주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가가 곤두박칠 친 상황에 영업이익도 더 줄어들 수 있어서다. 또 무료서비스 이용자의 피해 보상에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판단으로 보상 범위를 결정할 경우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 국감에서 김범수 센터장이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혹은 그 이상 지급했다. 무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보상) 선례가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

게다가 카카오 계열 서비스 외에 연동된 고객사도 많아 피해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지급할 피해보상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의 영업이익(5969억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한데, 이를 모두 피해 보상 범위에 넣는다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피해 보상 기준을 정해주는 것은 시장경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정부까지 나섰지만 실제 보상안이 도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카오톡 사용자만 약 4700만 명에 이르는데다 간접 피해의 경우 규모 산정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왓츠앱, 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 장애 보상 사례도 검토하며 신중히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의 경우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독점적 사업자였다는 점에서 일반 플랫폼 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에서는 이를 위한 제도를 정부와 국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와 협의해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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