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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시총 1조 날아갔다…'레고랜드 후폭풍'에 리츠도 휘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리츠(부동산투자신탁·REITs) 시장이 금리 인상에다 레고랜드 사태라는 한파를 만나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 상품이다. 하지만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리파이낸싱(재융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심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거래소에 상장된 20개 리츠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3.7%였다. 6일 상장한 KB스타리츠도 3.3% 하락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KB스타리츠 제외)은 7조1345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달 27일 기준으로는 5조9631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한 달 새 시총이 1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대표 리츠 상품 10종을 추종하는 KRX 리츠 TOP 10지수도 10월 한 달간 16.8%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분당스퀘어'를 주요 자산으로 두고 있는 NH올원리츠는 이달 들어 29.8% 하락했다. 분당스퀘어의 리파이낸싱 시점이 내년 1월로 다가온 탓이다. NH올원리츠 측은 투자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리파이낸싱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상태"라며 "NH금융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기관과 대출금의 규모와 금리 조건을 협의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리파이낸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리츠 회사는 리파이낸싱 시점이 도래하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담보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은행 담보 대출 이자가 상승한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 시장이나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내 2위 규모의 자산(2조3000억원)을 보유한 롯데리츠도 빨간불이 켜졌다. 총 1조1390억원의 차입금 중 1조490억원을 내년 한 해 동안 조달해야 한다. 롯데리츠는 이달 은행담보대출로 2800억원, 전단채(전자단기사채)로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금리 수준은 은행이 4.9%, 전단채가 6.2% 수준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자금 시장 경색이 언제 풀릴지 몰라 리파이낸싱 구조조차 결정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19 사태로 수요가 확 늘었던 물류센터를 주요 자산으로 둔 ESR켄달스퀘어리츠(-30.3%)와 디앤디플랫폼리츠(-24.4) 등의 주가도 급전직하했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수도권과 지방의 물류센터를,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서울 문래동의 신축 대형 오피스와 수도권 물류센터 등을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ESR켄달스퀘어리츠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장 리츠에 불똥이 튀었다"며 "시가총액이 크고 유명한 리츠 상품이다 보니 과매도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 리츠 또는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ETF들도 하락했다. ARIRANG Fn K리츠(-15.2%),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14.4%),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10.5%) 등도 10%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국내 리츠는 글로벌 리츠 시장과 디커플링을 보여왔다. 올 초부터 글로벌 리츠 시장이 우하향하는 동안 국내 리츠 시장은 '인플레이션 방어주'라는 인식으로 5월까지 되레 상승 흐름을 보였다.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나지만 부동산 임대료도 올라 '헤지'가 가능하단 기대에서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에 경기 하락까지 맞물리게 되면 이자 부담이 느는 데다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 리츠 투자의 매력이 떨어진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리츠 지수가 빠지는 동안 한국만 리츠 시장이 상승 곡선을 그리다 '키 맞추기'에 나서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며 "현재 선순위 회사채 수익과 리츠 수익률 간 격차가 작아 리츠 가격이 당분간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롯데리츠의 경우 롯데쇼핑의 자산을 편입하고 있는데 롯데쇼핑의 선순위 회사채 수익률이 5.88%, 리츠의 배당 수익률은 8.4% 수준이다. 이 격차가 크지 않으면 리츠의 매력은 그만큼 떨어지고, 가격에 '거품'이 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리츠주의 최근 주가 조정 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는 부동산 개발 단계에 있는 부동산PF 시장의 악재인데, 리츠는 이미 만들어진 자산을 담보대출로 매입하는 구조"라며 "투심 악화로 상장 리츠의 주가가 실제 상황 대비 크게 조정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츠의 차입 만기는 대부분 2023년부터 시작해 2024년부터 비중이 증가하는 만큼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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