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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몰이 실익 없다” 文 정부 인사들 반격…유족 “모두 공범”

중앙일보

입력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은폐 의혹을 받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은 27일 “현 정부가 관련 사실을 선택적으로 짜 맞춰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지 14일 만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하면서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인영 전 통일장관, 정의용 전 외교장관의 이름도 함께 포함된 5800자 넘는 성명문을 통해 “‘월북 몰이’를 했다는 주장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에 불과하다”며 검찰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진실 공방에 돌입했다.

침묵 깬 文 인사들 “월북 몰이 실익 없다”…與도 재반박

①월북 몰이?= 이들은 2020년 9월 23일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피살 직후 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나도록 지시했다는 감사원 중간 감사결과에 대해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씨 실종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했으나, 합리적 추론을 통해 월북 가능성이 채택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기상이 양호하고, 실수로 빠졌더라도 선미에 줄사다리가 설치돼 있어 실족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타고 발견돼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월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0년 9월 24일 국방부의 첫 공식 SI(특수정보)에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SI 첩보 상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감추는 게 오히려 조작이지, 첩보내용을 있는 그대로 포함하는 것이 어떻게 조작이냐”고 덧붙였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실익이 없었다”는 주장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박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월북’으로 조작해 국민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면탈하려고 했다”(권성동 의원)는 것이다. “SI 첩보에 월북 문구가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씨가 본인 입으로 말한 게 아니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질문에 알아듣기 어려운 음성으로 긍정 답변을 한 것”이라며 “이를 계획적인 월북으로 보는 건 과잉해석”이라고 재반박했다.

②은폐 의혹?=관계장관회의 직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ㆍ밈스)에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무단 삭제됐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현 이종섭 국방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첩보 원본이 존재한다”고 답한 걸 근거로 “애당초 은폐 시도를 위한 첩보 삭제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은폐를 시도했다면 관계 장관과 보좌진까지 7∼8명에 이르는 인원이 모여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도 댔다.

“당시 기자단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 피살 사실이 제외되었다”(감사원)는 주장엔 “민감 정보가 불필요한 단위까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배포선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실장은 “청와대가 삭제ㆍ수정 지시를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고, 박 전 원장도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은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2020년 9월 17일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17일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씨가 중국어(간체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음에도 최종 발표에서 빠졌다고 지적한 감사원 발표에 대해선 서 전 실장은 “한자가 쓰여 있었다는 것은 나온 적이 없고 중국 어선 얘기도 이번에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도 “저희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③미흡 대응?=“위기관리 관련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중간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즉각 대응을 논의했다”고 반박했다. “곧바로 북한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는 동시에 서해 상에서 수색 작전 중인 해수부ㆍ해경 등과 상황을 공유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실종자 관련 SI 첩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발견 사실과 구조 정황뿐이었다”며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우리 군이 물리적으로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측 수역에 진입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구조 정황’이란 표현에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은 이씨를 바다에서 건지지 않고 6시간이나 부유물에 매단 채 끌고 다니며 방치했는데 무엇을 근거로 ‘구조 정황’이라고 포장하느냐”며 “이는 이씨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명백한 증거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참으로 북한에 대한 신뢰가 큰 문재인 정권의 인사다운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영결식이 지난달 22일 전남 목포 한 장례식장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영결식이 지난달 22일 전남 목포 한 장례식장에서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도 참석…공무원 유족 “오늘 참석자 모두 공범”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날 회견엔 이재명 대표도 예정에 없이 방문해 힘을 실었다. 노 전 실장 등 참석자들과 같이 이 대표도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검ㆍ경 수사선에 놓인 이 대표가 친문재인계 인사들과 손 잡은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보복 수사에 ‘원팀’으로 맞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박 전 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박 전 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대준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에 있었던 자들과 민주당 대표까지 나와서 정치탄압이라 주장하는데 그건 그들만의 주장일 뿐”이라며 “국민을 죽였고 국민을 향해 입 다물어라 탄압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와 내로남불의 현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은 민주당이 단체로 정치 탄압이는 방어막을 형성하려 한다”며 “오늘 참석자들은 모두 살인 공범들로 보고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할 거다. 차근차근 이 사람들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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