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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떠나고 그녀가 돌아왔다…‘보수의 새 여왕’ 6일 만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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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내각 회의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내각 회의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수의 새로운 여왕”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수엘라 브레이버먼(42) 영국 내무장관을 이렇게 칭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지난 19일 내무 장관직에서 사임한 지 6일 만에 다시 신임 장관으로 복귀했다. 그사이 달라진 건 리즈 트러스 내각에서 리시 수낵 내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영제국 선한 힘” 식민지배 미화

브레이버먼은 보수당에서도 강경파로 꼽힌다. 이민 정책에도 극렬한 반대파로, 불법 이주민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사실상 추방하는 ‘르완다 이송 정책’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이달 초 보수당 회의에서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 1면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태우고 르완다로 이륙하는 항공기 사진을 보는 게 꿈이자 집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25일 총리 관저를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25일 총리 관저를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가 과거 대영제국에 대해서도 “대체로 선한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고, 영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와 케냐 출신 부모님도 “(영국이 모국에 한 일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트위터에서 트롤링(악의적 시비)을 당하면 내가 옳은 것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진보엔 영국의 과거 미화보다 더 나쁜 범죄는 없다”며 “브레이버먼은 진보의 새로운 증오 대상”이라고 했다. “보수의 여왕에 대한 비판은 보수 진영에서 그의 인기를 강화할 뿐”이라면서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웸블리에서 자랐다. 인도계인 부모님은 60년대 모리셔스와 케냐에서 각각 영국으로 건너왔다. 힌두 모리셔스 후손인 어머니는 간호사이자 런던 브렌트 자치구의회 의원을 지냈고 토트넘 지역구에서 2001년 총선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다. 브레이버먼은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판테온-소르본 대학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변호사가 됐다.

트러스 사임에 결정타      

그는 수차례 도전 끝에 2015년 총선에서 페어햄 선거구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한 후 내리 3선을 지냈다. 2020년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 잉글랜드-웨일스 법무총장겸 북아일랜드 법무총장에 임명됐다가 존슨이 사퇴하자 지난 7월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2차 투표에서 탈락한 뒤 트러스를 지지했고,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브레이버먼을 내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그러나 장관 취임 43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동료 의원에게 개인 이메일로 공문서를 보내 규정 위반 논란이 일면서다. 브레이버먼은 “공문서는 이민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유출됐다면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었다”며 “저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장관이 지난 4일 영국 버밍험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수엘라 브레이버먼 장관이 지난 4일 영국 버밍험에서 열린 영국 보수당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이를 두고 보수당에선 브레이버먼이 트러스에 반기를 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공문서 규정 위반이 사임까지 할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었고, 실제로 브레이버먼이 사임 당시 트러스 총리를 공개 저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실수하지 않은 척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 정부의 일이란 잘못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며 사실상 트러스 총리 사임을 압박했다. 트러스는 결국 ‘최단명 총리’란 오명과 함께 다음날 퇴진했다.

수낵 총리가 브레이버먼을 다시 기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브레이버먼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출마를 포기시키고 수낵을 지지하는 대가로 요구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그 추측이 맞더라도) 브레이버먼이 현재 당내에서 가진 영향력을 증명할 뿐”이라며 “수낵 총리는 보수당을 단결시키기 위해선 고위직에서 대표적인 보수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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