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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유가 안정' 안간힘에도…美기업 석유수출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러빙 카운티의 분지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1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러빙 카운티의 분지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미국 정유사들은 오히려 수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급 불안과 이로 따른 정유사의 수익 추구가 미국 석유 제품의 수출을 견인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에너지관리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석유 수출이 하루 평균 114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주보다 200만 배럴 늘어난 수치이며, 역대 최고에 해당한다. 원유 수출은 하루 510만 배럴, 휘발유·디젤 등 정제유는 630만 배럴이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로부터 수입은 620만 배럴을 기록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석유 수출을 자제하고 미국 내 유통을 늘리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은 미국 내 정유사에 "연방정부의 추가 요구 또는 다른 긴급 조치"를 피하려면 석유 재고를 늘릴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동부 해안 지역은 휘발유·디젤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유사들이 미국 내 판매보다 수출에 치중했다. 이유는 서부에서 동부로 선박을 통한 운송 비용이 수출보다 더 들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내 항구 간 화물 운송은 존스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법은 미국 선적의 화물선에 미국인 선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시행된 이 법은 당시 미 선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블룸버그는 "석유제품의 가격이 치솟고 글로벌 시장은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국내 공급을 늘리기보단 수출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내달부터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결정하며,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수출을 줄이면 미국산 석유를 수입하는 동맹국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했다. 정유사들은 FT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 수출 통제는) 미국의 동맹국과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10여 년 전 셰일오일 개발 붐에 힘입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원이 됐다. 특히 OPEC 플러스의 감산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의 유럽 수출이 금지되면서 석유 수출국으로서 미국의 지위와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략 비축유 1500만 배럴 방출을 발표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76달러로 지난여름보다 내려갔지만, 취임 초기보다 60%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 생산에 쓰이는 디젤은 갤런당 5.32달러로 취임 초기보다 2배 올랐다.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59달러(3.04%) 오른 배럴당 87.91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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