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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렌터카 아닙니다"…쏘카의 무기 'FMS 시스템' 어떻길래 [팩플]

중앙일보

입력

쏘카 장착지에서는 전국 쏘카존에 배치될 각종 차량들의 커넥티드화가 이루어진다. 사진 쏘카

쏘카 장착지에서는 전국 쏘카존에 배치될 각종 차량들의 커넥티드화가 이루어진다. 사진 쏘카

모빌리티 ‘유니콘’에서 코스피 상장사로 점프한 쏘카가 렌터카 바깥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전세계 4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FMS(차량관제시스템·Fleet Management System)’ 시장에 본격적으로 손을 뻗으려는 것. 쏘카는 렌터카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26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롯데빅마켓 킨텍스점. 마트는 영업을 접어 텅 비어 있었지만, 지하 주차장 2개층은 아이오닉6(전기차), 토레스, 레이(F/L), 펠리세이드 등 새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쏘카가 ‘장착지’라고 부르는 이곳은 한마디로 제조사에서 출고된 차량을 ‘쏘카 차’로 탈바꿈하는 곳. 이날 쏘카는 장착지에서 FMS 기술을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쏘카는 전국 4700여 개 쏘카존에서 약 1만8000대 차량의 대여·반납·관리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 그러려면 차량을 쏘카존으로 내보내기 전에 각종 장치를 달아 ‘무인운영’이 가능하게끔 개조하는 작업이 필수다. 내비게이션·블랙박스·라우터·하이패스·주차카드 등을 장착하는데, 특히 중요한 건 쏘카 차량관제장치(STS·SOCAR Telematics device System)다. 차량 위치나 상태 등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원격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쏘카 관계자는 “쏘카가 일반 렌터카 회사와 다른 점은 차량을 언제나 온라인 상태에 있는 ‘커넥티드카’로 만든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쏘카는 자체 FMS 솔루션을 화물·대형차 운영사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쏘카 직원이 차량관제단말기를 들고 있다. 사진 쏘카

쏘카 직원이 차량관제단말기를 들고 있다. 사진 쏘카

FMS는 뭐야

FMS는 일종의 ‘차량 관리자’다. 차량 안에 설치된 수많은 ECU(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차량을 관리·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쏘카의 FMS는 사용자 편의·안전 업무를 담당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쏘카 차를 쉽게 찾을 수 있게 경적을 울리거나 실내 주차장에서 차가 주차된 위치를 앱으로 보여주는 것도 FMS가 하는 일. 야간에 전조등을 끄고 주행하면 운전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내주기도 한다. 차량 관리도 맡고 있다.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지면 ‘정비가 필요한 차’로 분류해 사용자 예약을 중지시키고 긴급 출동한다. 쏘카 커넥티드디바이스팀 백선 팀장은 “차량에 흡연 감지 센서를 탑재해 담배 냄새가 나면 알림을 띄우는 등 FMS를 통한 다양한 사용자 경험 개선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 8월 코스피 상장 당시 쏘카는 ‘렌터카 회사치고 희망 공모가를 너무 높게 부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 2조4000억 원을 기록한 국내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탈의 당시 시가총액이 1조4000억 원이었는데, 매출 2800억 원대인 쏘카가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만한 회사냐는 의구심이다. FMS는 이 같은 의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脫)렌터카 로드맵’의 일환.

◦ ‘렌터카냐 아니냐’ 논란 : 2011년 설립된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79%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로, 회원 수만 830만명에 달한다. 지난 2분기엔 매출 911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 매출 대부분은 카셰어링 사업에서 나오지만 쏘카는 ‘렌터카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차량 운영이익이 커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것. 기존 렌터카와는 달리 대여·반납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고 분 단위 초단기 렌트가 가능하다는 게 쏘카가 드는 근거다.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돼 전통적 렌터카보다 대당 매출이 3배 이상 높다는 주장. 상장을 준비할 때도 쏘카는 국내 렌터카 업체들이 아닌, 우버·그랩 등 해외 모빌리티 기업을 비교군으로 골랐다.

◦ 렌터카 말고, 스트리밍 : 렌터카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는 쏘카가 10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에 있다. 끊김없는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을 하겠다는 것. 특히, FMS 기술은 쏘카가 렌터카 사업자 아닌 유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할 무기다.

그래서 탈 렌터카, 가능?

쏘카는 잘 키운 FMS 기술이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FMS 기술을 필요로 하는 물류·운송 기업 등을 상대로 B2B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시간으로 차량 부품·고장 등을 확인해 효율화할 수 있고, 연료 모니터링 등을 통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쏘카 관계자는 “글로벌 FMS 시장은 약 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국내 시장으로 보면 영업용 화물차 시장은 1조5000억원이고 자가용 화물차까지 합하면 시장 규모가 3조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SW) 구독 사업은 충분히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쏘카는 내년부터 FMS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물론 기술을 증명하는 게 먼저다. 앞서 쏘카는 지난 2월 자동차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쏘카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차나 철강·부품 등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연료를 절감하는 등 배송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쏘카 FMS가 모은 운전자별 운전습관 데이터에 보험 상품을 연계해 자동차·운전자보험 등에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백 팀장은 “현대글로비스 외에도 롯데글로벌로지틱스 등과 협력해 오는 11월 말부터 기술 검증(PoC)을 진행한다”며 “카셰어링 기반이지만 물류·운송사와 (운영)구조가 비슷할 수 있다고 보고 FMS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쏘카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쏘카 주가는 1만7250원으로 공모가(2만8000원) 대비 약 6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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