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스크에, 김동연 발걸음 빨라진다…尹연설에도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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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서 벼 베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서 벼 베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 측근들을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야권에선 이 대표의 후임 김동연 경기지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대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는 데다, 민생 행보도 활발히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직접 훈수를 뒀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지사는 정부 경제 정책의 허점을 페이스북에 조목조목 나열했다. 김 지사는 “(경제 위기에 관한) 정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고, 혼란스럽다. 이대로 가다간 실기(失期)할 우려가 크다”고 적었다.

이어 김 지사는 “시정연설에서 경제나 복지에 대한 언급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방향 설정과 대안이 중요하다”고 밝힌 뒤, 세 가지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비상계획)으로 ▶‘건전 재정’ 아닌 ‘민생재정’ ▶과감한 유동성 공급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를 겨냥한 경고도 했다. 김 지사는 “지금의 정치와 리더십은 통합과 신뢰가 아니라 공포와 편 가르기”라며 “지금은 야당과 협력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나는 이재명 아니라 김동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마이크가 꺼지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마이크가 꺼지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 국감에선, 전임자인 이 대표와의 비교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 지사의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지사 시절인) 작년 국감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이 대표 뜻을 꺾고 추진하면 민주당 대권후보는 김동연이 되지 않을까”라고 떠보자, 김 지사는 즉각 “그런 거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조 의원이 또다시 이 대표를 소환하며, “4월 화성제약회사 화재 때 김 지사는 아주대에서 축구 시축을 했는데 이 대표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화재 사고가 났을 때 마산에서 떡볶이 ‘먹방’을 한 것과 데자뷔”라고 비꼬자, 김 지사는 목소리를 확 키우며 “왜 자꾸 이재명 얘기를 하느냐. 저는 김동연이다”고 발끈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혐의로 인해 최근 경기도청이 수차례 압수 수색 대상이 되며 공무원들이 잔뜩 위축된 상황이다. 그래서 김 지사가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 지사의 ‘민생 스킨십’도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지사는 25일 경기 최북단 연천군을 찾아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김 지사는 주민들에게 “선거 유세 때 두 차례 왔었는데, 다시 와달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왔다”고 했다.

이런 김 지사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김 지사가 운신의 폭을 키우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지사 측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일일이 챙기지 못했던 현장을 뒤늦게 찾아다니는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피 묻은 빵’ 논란 속 포켓몬빵 헌정…“정무 판단 미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의 최근 광폭 행보를 두고, 최근 친이재명계 내부에선 김 지사에 대해 묘한 견제 심리가 포착되기도 한다.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협치를 권고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경기도정의 협치를 도모했어야 했다”며 “경기도의회가 ‘78 대 78’ 여야 동수로 구성된 문제를 못 풀어, 추경예산안 처리가 한없이 지체돼 각종 민생 사업 추진이 중단돼 있지 않나”고 쓴소리를 냈다.

김 지사가 분주한 일정 중에 ‘의욕 과다’ 논란을 빚은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서 발생한 ‘포켓몬빵 논란’이다. 김 지사는 과거 ‘아동 학대’ 수용소인 선감학원에서 목숨을 잃은 소년 원생들의 묘역에 참배하며 국화꽃과 함께 빵 하나를 같이 올렸는데, 이 빵이 산재 사고로 ‘피 묻은 빵’ 불매 캠페인이 한창인 SPC삼립의 인기제품 ‘포켓몬 빵’이었던 것이다.

이틀 전인 17일엔 평택 SPC 제빵공장 사망 근로자 빈소를 비공개로 조문한 김 지사가 곧바로 SPC삼립 제품을 꺼낸 탓에 지역 정가는 물론 여의도에서조차 “정무 판단 미스”(경기지역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엄청난 굶주림이 있었다는 생존자 증언에 김 지사가 진심을 담아 위로를 건넨 것”이라며 “정무적으로 세밀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그 진심과 취지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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