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이 이틀차인 2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마무리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이 1억 달러를 공여할거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6차 약정 때와 비교해 야심 차게 증액을 한 건데 국제 보건 무대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행보라 생각합니다.”
25일 서울에서 개막한 ‘2022 세계바이오서밋(World Bio Summit)’에 참석한 후이 양 글로벌펀드 공급운영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3년간 총 1억 달러(약 1400억원) 공여를 약속한데 대한 반응이다.
韓 20위→12위 껑충…日 10억 8000만 달러 약정
![25일 오후 12시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이 양 글로벌펀드 공급운영국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27/361c8c07-1742-401c-89be-bf329412da74.jpg)
25일 오후 12시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이 양 글로벌펀드 공급운영국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 제공]
글로벌펀드는 3대 전염병(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2002년 출범한 국제 보건 기구다. 각국 정부와 민간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3년마다 지원금 조달을 위한 재정회의를 하며 최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차 회의(2023~2025년)를 주재해 향후 3년 사업에 필요한 지원금을 모았다.
한국은 2020~2022년 6차 약정 때(2500만 달러)와 비교해 공여금을 4배로 늘렸다. 덕분에 공여액 순위가 20위에서 12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와 호주는 7차 때 각각 9억 달러와 1억 7000만 달러를, 옆 나라 일본은 10억 8000만 달러를 약속했다.
후이 양 국장은 “7차 회의에서 세계 각국과 민간재단·기관들부터 142억 달러 이상을 약정받았다. 지난 20년간 500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는데 향후 3년간 2000만명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3대 질병 퇴치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포괄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중·저소득국가의 전반적인 국가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WHO “1회 바이오서밋 개최지 한국, 바이오 제조 역량↑”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이 2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후 마무리세션에서 마리안젤라 시마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보가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바이오서밋 행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백신ㆍ바이오헬스의 미래’라는 주제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회 세계 바이오 정상회담이다. 세계 백신ㆍ바이오산업 리더들을 초청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얻은 주요 혁신과 개발 상황을 공유하고 미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차장보는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강력한 제조 역량을 가졌고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 국가에 선정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와 개최지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는 중·저소득국가의 백신 자급화를 지원하기 위해 백신·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정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입 모아 '협력' 강조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보건당국 관계자, 국제기구의 주요 인사 및 글로벌 기업의 대표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27/c16e52cf-b472-4215-959e-e087f232a2e1.jpg)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보건당국 관계자, 국제기구의 주요 인사 및 글로벌 기업의 대표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첫 바이오 정상회담인 만큼 개회식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아사카와 마사츠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을 비롯해 3개국 보건장관, 국제기구 대표, 화이자·모더나를 포함한 글로벌 백신ㆍ바이오 기업 등 국내외 주요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포스트 팬데믹 전략으로 꺼내 든 핵심 키워드는 ‘협력’이다. 첫째날 열린 기업 대표 분과에서 재닌 스몰 화이자 선진국시장 글로벌회장은 “팬데믹 준비는 복잡하고 담대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개방된 정책과 함께 R&D(연구개발), 인프라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또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NGO, 여러 기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EPI, SK바사에 mRNA 개발비로 2000억원 지원

2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mRNA 백신 개발 협약식에서 리처드 해치트 감염병혁신연합(CEPI) CEO(왼쪽부터)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스카이코비원’ 백신 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번 백신 개발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감염병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최대 1억 4000만 달러(약 2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 협력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리처드 해쳇 CEPI 대표는 “SK바사는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번이 우리가 함께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다. 코로나19 변이뿐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올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쳇 대표는 ‘백신 개발 100일 미션’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때는 326일 만에 백신이 나왔다. 전례 없는 속도이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7000만명이 확진된 상태였다”며 “신기술 개발과 규제 혁신 등을 통해 더 빠르게 백신이 개발된다면 광범위한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진행된 세부 세션에선 백신뿐 아니라 진단기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중·저소득국가를 중심으로 기술 이전이나 제조의 현지화를 하는 방안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 기구인 혁신적진단기기재단(FIND, The 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의 빌 로드리게즈 최고경영자는 “팬데믹을 통해 진단기기 시장의 공급 체인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모두가 알 수 있었다”라며 “지금은 진단기기의 생산 시설이 일부 지역이나 국가에 집중돼 있는데 이를 모든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의료 관련 기업들이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의 제품들은 저비용·고품질일 뿐 아니라 환자의 사용 편의성까지 고려하는 혁신을 이뤄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세계바이오서밋에서 미래 팬데믹에서 고소득 국가와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과 치료제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선언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