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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현대차는 조지아 공장 착공, 바이든은 현대차 차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뉴스1

기회와 위협 상존하는 미국과의 경제협력  

초격차 기술과 외교력 발휘로 국익 지켜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수록 애초 표적이 아니었던 한국 기업으로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한국 기업에 기회뿐 아니라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현실이 되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연임으로 미·중 경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례 없던 상황에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해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그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알지만 법에 쓰인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해도 한국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간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예외조항이나 유예조치를 둠으로써 현대차에도 보조금을 줄 것처럼 행동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옐런 재무장관도 방한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옐런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입장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어제는 현대차그룹의 미 조지아공장 기공식이 열린 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의 성과”라며 치적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주고도 차별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부터 이 공장에서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를 연 30만 대 생산한다. 이를 위해 55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인 근로자 8100명을 고용한다. 이들에겐 평균 연봉 5만8000달러(약 7200만원)를 지급한다. 국내에선 그만큼 투자와 일자리가 없어진다. 미국은 지난 2월에도 한국으로 오려던 대만 반도체 기업의 50억 달러 규모 투자를 가로챘다. 이래선 동맹국의 신뢰는 물론 상도의에도 어긋난다.

원전 수출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미국 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방향에 따라선 폴란드는 물론 체코에 대한 한수원의 원전 수출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제3국 원전시장 진출 등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는 ‘원전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많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초격차 기술 강화뿐이다. 다만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외교력이 절실하다. 정부의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