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 2인자 조상준 면직…대통령실이 국정원장에 통보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규현 국정원장이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조상준 기조실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왼쪽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김규현 국정원장이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조상준 기조실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왼쪽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국가정보원의 2인자인 조상준 기조실장이 면직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브리핑에서 “어제(25일) 조 실장이 대통령실의 유관 비서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대통령실은 임면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국정원장에게 사의 표명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의 표명을 수용함에 따라 국정원장은 이를 받아들이고, 인사처에 면직 제청을 했다”며 “어제 저녁 이를 재가했고, 면직 날짜는 오늘”이라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로, 개인적 사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조상준

조상준

이날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규현 국정원장도 “어제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다”고 말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사의 표명의 배경과 관련해 유 의원은 “일신상의 사유로 파악될 뿐, 구체적인 면직 이유는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조 실장은 윤 대통령과는 ‘형제의 연’을 맺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2006년 론스타 수사를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으로 보좌했다. 윤 대통령이 6월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는 국정원 기조실장에 앉힌 뒤에는 국정원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최측근이 일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물러난 데엔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퍼졌다.

대통령실은 일단 건강 문제에 방점을 찍어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몸에서 뭔가가 발견됐는데 급격히 악화돼 지금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정치권에선 각종 추측이 무성했다. 김규현 원장과의 갈등설이 그중 하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과 조 실장 사이에 갈등이 생긴 지는 꽤 됐다”고 말했다. 조 실장의 면직을 김 원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전해 들었다. 임면권자가 윤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조직의 수장과 한마디 상의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김 원장-조 실장 간 불화설은 ‘원장 패싱 논란’으로 더 크게 확산됐다.

특히 국정원 내부 인사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커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조 실장이 김 원장과 조율을 안 거치고 일부 인사를 임명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립이 세고 성격이 강한 김 원장의 스타일상 이를 그대로 두고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 등 검사 출신과 국정원 내부 출신 인사들 사이의 잡음이 결국 조 실장의 사의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정보위 국감에 출석한 김 원장은 인사 갈등설과 관련해 “그런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고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전했다. 면직 이유가 비리 혹은 음주와 관련돼 있냐는 물음에도 김 원장은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조실장에 김남우 전 차장검사 유력=조 실장 후임의 기조실장으로는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파견검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거친 김 전 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여름 정기인사 직후 검찰을 떠났고, 그해 10월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해 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에 사의를 표한 뒤 이르면 27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