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작은 쉼터, 치유농업] ‘한국형 치유농업’으로 국민 삶의 질 높이고 농촌에 활력 불어넣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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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 성과

2021년 3월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치유농업의 발전 기반이 마련됐다. 유럽에선 이미 1960년대부터 개별적인 치유농장이 등장했지만 한국에서의 치유농업은 원예치료가 도입된 1994년에서야 시작됐다. 본격적인 치유농업 연구가 추진된 것은 2013년부터다. 이후 관련법 시행과 함께 2021년 농촌진흥청에 발족한 치유농업추진단이 가온머리(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됐다.

유럽의 각국이 문화적 차이나 사회적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의 치유농업 정책을 발전시켜 왔듯이 한국도 ‘한국형 치유농업’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 및 활력 있는 농업·농촌을 비전으로 한다. 이를 위해 농업 분야는 농업의 사회적 기여를 위한 농촌의 새로운 활로 및 소득원 발굴, 복지 분야는 질병 예방 및 회복을 통한 복지·의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농업을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 융·복합화

농촌이나 도시 인근의 치유 농장에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농작물·꽃을 기르거나 귀여운 동물과 추억 만들기, 쿠킹 클래스, 제철 과일 수확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이나 도시 인근의 치유 농장에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농작물·꽃을 기르거나 귀여운 동물과 추억 만들기, 쿠킹 클래스, 제철 과일 수확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사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연계 활용하면서 농업을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산업으로 융·복합화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한다. 치유농업의 체계적 기반 구축을 위해 맞춤형 콘텐트 개발, 과학적 효과 검증과 치유농업 거점기관 구축, 치유농업 전문인력 양성 등을 정책의 주요 축으로 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약물치료나 수술요법 등으로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현대의학과 달리, 동식물 등의 농업자원을 활용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자연에 동화시킴으로써 내재한 치유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가진 감각은 외부 환경에 반응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데, 감각이 몸 안의 긍정적인 물질 분비를 유발해 치유기능을 발현한다.

도시민이 텃밭을 조성할 때 ▶자신이 속한 사회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매혹감’ ▶다른 공간에서 제약 없이 돌아다니는 느낌의 ‘넓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형화된 현재 삶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22개의 프로그램은 식물을 이용한 텃밭 가꾸기와 반려동물이나 곤충을 이용한 함께 놀기 등 생명의 소중함과 자아 존중감을 함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형태로 치유농업시설에 적용되고 있다.

농촌 경관자원 등 활용해 관광상품 운영

2017년부터 2022년에 걸쳐 353개소의 농장 및 마을 등 치유농업시설이 육성됐다. 292개소의 치유농장에선 식물·곤충·동물자원 활용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치유 마을 61개소에선 농촌 경관자원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2026년까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지역 치유농업 기술의 체계적인 지원과 국민 치유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광역 자치단체별로 17개의 치유농업센터를 육성할 계획이다.

치유농업의 확산과 협업 강화를 위해 2020년 7월 농촌진흥청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치유농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4개월간 1408명을 대상으로 치매안심센터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2021년엔 협력과제를 발굴하고 9개의 치유농업 참여농장을 선정했다.

현재 70여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치유농장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치유농업과 사회서비스 모델 구축을 위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지원 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장기요양 주간보호지원’ 등에 치유농업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치유농업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치유농업사 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15개의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을 지방농촌진흥기관에서 추진하게 함으로써 운영자의 기초소양 및 전문능력 등의 역량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치유농업 정착·지원을 총괄하는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의 장정희 단장은 “다각화된 치유농업 사업모델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 농촌 활력을 높이고, 다양한 치유농업 서비스로 국민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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