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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유동성 지원 사격…'자금 블랙홀' 은행채 발행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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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우량기업의 CP등 채권을 매입하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로 했다. 자금 시장 안정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뉴스1.

은행권은 우량기업의 CP등 채권을 매입하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로 했다. 자금 시장 안정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뉴스1.

‘돈맥경화’ 우려가 커진 채권시장에 은행권이 유동성 지원 사격에 나선다.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 등 채권을 매입하고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은행채 발행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캐피탈 콜(자금요청)에도 신속하게 응한다는 계획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 등 5개 주요 은행 부행장이 참석한 '2차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회의'에서 은행들은 이런 내용의 자금 시장 안정 계획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를 내년 6월로 유예해준 데 따른 대응이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같은 위기 사태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완화했던 LCR을 올해 말 92.5%까지 정상화하려고 했으나 이를 내년 6월로 미뤘다.

LCR 규제 유예로 자금 여력이 생긴 은행권은 돈줄이 말라 ‘경고등’이 켜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한다. 우선 단기자금 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CP와 자산유동화증권(ABCP), 전단채를 매입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와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채안펀드에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할 경우(캐피탈 콜)에도 협조하겠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또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꼽혔던 은행채 발행도 줄이기로 했다. 최근 은행들은 LCR 비율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5조8800억원어치 은행채가 발행됐다. 월별 기준 최대다.

기업 부분에 대한 자금 공급도 지원한다. 산업금융채 등 특수은행채를 매입하고, 기업대출 등의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은 A1 등급 이상의 우량채조차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은행권이) 우량채 매입에 나서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자금경색을 겪는 증권사 지원에 고심 중이다. 금융투자협회는 24일 9개 주요 증권사 사장단 회의를 연데 이어 26일 금투협·증권사 실무자 회의를 열고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해 대형 증권사가 주축이 돼 1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자는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펀드를 조성해 중소형 증권사의 PF ABCP를 매입하는 방안과, 대형 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의 PF ABCP를 매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증권사 ‘자구책’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특정 회사를 지원하는 것은 배임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증권사 유동성 지원프로그램' 가동. 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증권사 유동성 지원프로그램' 가동. 금융위원회

민간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26일 본격 가동했다.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논의한 시장 안정 조치 방안 중 하나다. 한국증권금융은 26일부터 중소형 증권 중심으로 RP 거래, 증권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3조원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에 나선다. 10조원 상당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중 2조원을 우선 증권사 CP 매입에 쓸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예외적으로 금융사가 발행한 CP까지 매입하는 만큼 확약서 등 증권사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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