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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터지면 "실무진 판단" 외친 전현희…감사원엔 "정치보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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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대해 “권익위원장을 사퇴시킬 목적의 명백한 정치탄압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자신이 직접 쓴 24페이지 분량의 회견문을 읽으며 “감사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관련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지난 9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 감사 반박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 감사 반박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감사원 정치탄압"

전 위원장은 특히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권익위의 유권해석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감사원은 2년 전 검찰이 추 전 장관 아들에 대한 병역특혜 의혹(당시 무혐의 처분)을 수사했을 때 권익위가 “추 전 장관에게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내리고 이를 언론에 발표하는 과정에서 “해당 유권 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했던 권익위의 보도자료가 허위라고 보고 있다.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 과정에 개입했음에도 실무진의 책임으로 떠넘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보도자료는 당연히 보고를 받았고, 권익위의 독립성을 위해 실무진이 내린 결론을 존중하고 부당하게 변경하는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을지연습 사후 강평회의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을지연습 사후 강평회의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감사원은 물론 권익위 내부에서도 이날 전 위원장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추 전 장관 문제나 서해 피격 등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전 위원장이 일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실무진의 판단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라’는 취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잦았다는 말이 나왔다.

감사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 위원장은 추 전 장관 유권해석 관련 실무진이 내린 결론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많은 권익위 직원은 위원장 발언과 다른 내용을 감사관에게 진술하였다”고 반박했다. 또한 “전 위원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를 회피하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20년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전 위원장이 추 전 장관 관련 유권 해석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발언 역시 사실이 아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음은 당시 일문일답.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추미애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은 실무진이 합니까, 위원장이 합니까?

전현희 위원장: 실무진이 합니다.

성일종 의원: 위원장은 어디까지 보고받습니까?

전현희 위원장: 실무진 의견이 국회나 관련 기관에 전달되기 전 보고를 받습니다.

성일종 의원:위원장은 그 전에 의견 내는 게 전혀 없습니까?

전현희:예, 그렇습니다.

2년 전 국정감사선 “전혀 의견 내지 않아”

한 권익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은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실무진의 판단이라고 해야 권익위의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곤 했다”며 “결국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감사원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그 과정이 “강압적이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정부기관 보도자료에 “실무진이 전적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긴 건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권익위 익명 게시판엔 “내가 하면 적폐청산, 남이 하면 정치감사. 내가 하면 착오, 남이 하면 부패행위”라는 전 위원장을 조롱하는 듯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또 다른 권익위 관계자는 “다소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긴 하지만, 실무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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