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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잔당 응징” “국보법 존치”…與 '좌파와의 전쟁'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이 ‘종북 좌파와의 전쟁’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맨오른쪽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맨오른쪽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진영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은 2014년 해산됐지만, 그 세력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퍼져 세를 이어가고 있음이 ‘윤석열 퇴진 시위’를 통해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위를 예고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의 대표가 통진당 청소년 비상대책위원장 출신 인사로 드러났다. 성 의장은 이들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헌법적 세력”으로 규정한 뒤 “국민의힘은 이런 세력이 활개치며 촛불로 국민을 거짓 선동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 대부분이 해당 집회 비판에 메시지를 집중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를 “내란선동”이라며 “헌정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체제 전복 세력이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선전전을 펼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학생들에게 집회 참석을 종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자신의 편향된 정치 성향을 토대로 제자들에게 왜곡된 정치 신념을 강요하는 행위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다른 비대위원들도 “통진당 잔당의 선동”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25일 회의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상적 편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과과정 개편에서 6ㆍ25전쟁, 북한 이해, 군사전략 과목이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안보가 대통령 한 사람의 개인적 사상적 편향에 좌우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연 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보위할 생각이 있었는지 국가적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지도부를 제외한 당 주요 스피커들도 이념 논쟁에 화력을 지원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국가보안법 위헌법률심판을 언급하며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군사적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결코 체제경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국보법 무력화 시도에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2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공산주의 추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가 대표인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은 이념 논쟁이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정상화 과정이자,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응수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정보를 삭제한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구속되는 등 “문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경도됐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서 전 장관의 구속에 대해 “지난 5년 간 종북과 친북 사이를 넘나든 그들이 분명 대한민국을 망쳤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일어난 모든 비상식적인 일들의 끝에는 북한이 관련있지 않는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종북 척결’에 화력을 집중하는 배경엔 최근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ㆍ김용민ㆍ황운하 의원 등이 직접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에 참석하며 위기감이 더 커졌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광우병 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가 떠오른다”며 “그때도 정권을 엎으려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를 가진 세력들이 집회를 빌미로 움직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도 “대통령이 법적으로 뭘 잘못한 게 아닌데 벌써 이런 집회가 생기면서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지도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당 소속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이후 이에 화답하는 당 중진들도 부쩍 늘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은 마치 6ㆍ25 전쟁 직전의 남북 정치 상황 같은 느낌도 든다”며 “종북은 사상의 자유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이념논쟁이 당 지지율 제고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을 들며 “최근 당이 너무 우경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북한의 도발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너무 과잉평가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반공 시대처럼 움직이는 건 정세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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