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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중국 1인천하 리스크…세계 금융 ‘차이나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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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 금융시장은 ‘시황제’의 등극에 ‘차이나런’으로 응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이후 금융시장의 중국 엑소더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지난 24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미국 증시에서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시총) 105조원이 사라졌다. 위안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시장이 ‘중국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건 시진핑 3기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우선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시장경제를 옹호해 온 경제통이 지도부에서 전멸했다. 게다가 새롭게 갖춰진 지도부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장경제에서 계획경제로의 퇴보까지 걱정할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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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불신과 불안은 금융시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한 24일(현지시간) 자유낙하한 건 중국 기업이었다. 시진핑의 등극이 중국 기업에는 주가 하락의 신호였던 셈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의 주가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평균 14.5% 급락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12.5% 하락했고, 중국 최대 농산물 온라인 플랫폼인 핀둬둬도 24.6% 급락했다. 징둥닷컴(-13.0%)과 넷이즈(-9.9%), 바이두(-12.6%) 등 중국 유수의 테크 기업도 일제히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장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 시총은 약 734억 달러(약 105조 7100억원) 증발했다.

중국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25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3084위안에 거래되며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이날 중국 상하이 지수(-0.04%)와 선전 지수(-0.51%)는 소폭 하락했지만, 2% 정도 떨어진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진핑 주위엔 예스맨만…경제정책 잘못돼도 수정 힘들다

금융시장의 ‘차이나런’은 시장에 팽배한 새로운 중국 지도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시 주석의 세력인 ‘시자쥔(習家軍·시진핑의 측근 그룹)’으로 채워졌다. 견제 세력이 사라진 셈이다.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WSJ에 “시 주석의 경제 정책이 실패해도 이를 수정할 메커니즘이 없다”고 우려했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른바 ‘경제통’이 사라진 것이다. 리커창 총리와 류허 부총리,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등 기존 경제팀이 물러난 자리를 이어받을 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한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제를 책임지는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리창(李强) 상하이시 당서기의 경우 지난 3~5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를 전면 봉쇄하면서 중국을 경제적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질타를 받았다. 실무적으로 경제 정책을 펼치는 차기 부총리 후보로 유력한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정치국 위원 중에 유일한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정도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리창은 경제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고 상하이 봉쇄도 ‘경제적 마인드’가 아닌 ‘정치적 마인드’로 접근했다”며 “허리펑도 공동부유·일대일로 등 시 주석의 경제 정책 방향을 옹호하고 실행해 온 인물인 만큼 류허 부총리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리커창 총리와 류허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 총재 등 시장경제를 옹호하거나 국제 금융시장 등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인물이 물러나게 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경제통의 증발과 함께 일각에선 중국이 시장경제에서 과거의 ‘계획경제’ 체제로 반보(半步)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중국은 40여 년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리커창으로 대표되는 시장주의자들이 지도부에서 일거에 물러나면서 표면적이나마 존재하던 개방 추진력마저 소멸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시 주석도 경제 성장과 직결되는 개혁·개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기업 과점이나 과도한 소득 규제는 분명히 했다”며 “결국 국가가 통제하는 시장, 당이 통제하는 개혁·개방이 시 주석이 바라는 방향인 듯한 만큼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혁·개방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무게중심의 축이 살짝 뒤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시 주석이 리창에게 기업 친화 정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리창은 관료 생활 대부분을 중국 경제와 산업이 발달한 동부 지역에서 보냈고,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 테슬라의 중국 공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박승찬(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경영연구소장은 “리창이 경제 전문가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상하이 봉쇄 이전까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온 만큼 (계획 경제로) 역행할 정도로 어리석게 정책을 펼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도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한 경제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산당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리창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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