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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기고] 청년구인난 해결과 함께 고령자 지혜 활용 위한 정책도 제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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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기고 신수행 한전KDN 커뮤니케이션실장

얼마 전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어딜 가도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출퇴근 오토바이 물결 속의 젊은 무리가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경관이었다.

베트남 GDP는 약 3000달러로 우리나라 10분의 1수준이지만 1억 가까운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이기에 시장 규모와 노동경쟁력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로 분류된다. 또한 삼모작이 가능한 기후환경으로 반복적 수확이 가능해 삶의 어려움이 적은 이유로 낙천적이며 자유분방한 민족성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가져야 하는 치열함과 악착같은 성공을 추구하는 현실과 비교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 수확도 없고 환경 재앙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절기에 맞춰 부지런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한국과 천혜 환경으로 먹고사는 어려움이 적은 베트남의 농경문화 차이가 민족성 차이로 발전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농경사회는 계절에 맞춰 부지런히 할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었다. 계절 변화를 분별하지 못하면 철부지라 불렸다. 철부지가 되지 않으려면 절기에 적절한 일을 알아야 했다. 이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노인이었다. 이들은 육체적 노동 능력은 쇠약해 갔지만 수십 년 경험에서 체득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의 젊은이는 노인을 존중함으로써 철부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노인 존중 문화가 당연하였지만, 농경시대 노인에 해당하는 현대인은 60세 이전에 대부분 은퇴하기에 그들이 수십 년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과 지혜가 다시 활용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 그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2019년부터 사망이 출생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3694만 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이며 세계 최저출산율과 함께 한국 경제 발전에 심각한 걸림돌로 부상했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가장 먼저 기업에 구인난으로 다가왔다. 외국인노동자나 키오스크, 로봇 등 ICT를 활용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나 여전히 부족분을 메꾸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9월 ‘고령자 고용 활성화 대책’을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고용과 재취업지원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최근에도 신정부 국정과제에 능동적이고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한 어르신 일자리대책이 반영되었다. 한국 산업경쟁력과 노인존중문화를 위해서도 고령자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 국민적 문화 형성에 있어 공공기관의 역할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청년을 포함한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가장 광범위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일자리 창출에 앞서 고령자의 지혜를 활용하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에너지ICT 공기업인 한전KDN은 고령화 사회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퇴직 예정자를 전문역에 선임하여 후배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중소협력사에 필요기술을 무상으로 컨설팅해주는 셰르파제도를 시행 중이며 시니어 진로 설계, 창업 자격증 취득, 사내벤처 독립 등의 인생 2모작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한 본업인 ICT를 활용한 ‘KDN形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개발로 재취업과 인력난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고유의 미덕인 고령자 존중 전통이 미래에도 이어지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새로 출범한 신정부에서 고령자 지혜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기업에 실질적 보상을 주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여, 세대간 공감을 통해 삶의 지혜가 역사의 수레바퀴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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