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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진서-미위팅, 박정환-커제…삼성화재배 불꽃 대진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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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화재배 대진표

삼성화재배 대진표

2022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즈 본선 32강전이 27일 시작된다. 지난 20일 대진추첨이 있었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추첨 도중 거듭 비명을 자아낼 정도였다. 신민준 대 양딩신, 김지석 대 자오천위, 신진서 대 미위팅, 강동윤 대 판팅위. 그것도 모자라 박정환 대 커제, 변상일 대 당이페이, 원성진 대 구쯔하오, 김명훈 대 리쉬안하오까지 한·중 양국의 최정상들이 첫판부터 전면전으로 맞붙은 것이다. 이럴 수가 있을까. 참가선수에는 신예들도 있고 여자기사와 시니어도 있고 일본, 대만 기사도 있는데 그걸 다 피해 한중의 주력이 이렇게 곧장 맞붙을 수 있단 말인가. 조금은 야속하다. 두고두고 음미할만한 결승전 급 명승부들이 초장에 다 쏟아진다는 게 억울하기까지 하다. 어느 한쪽이 참변을 맞을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대진표다.

이들의 랭킹을 따져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신진서는 34개월째 한국 1위고 커제는 무려 46개월째 중국 1위다. 그다음은 변동이 있는데 한국은 변상일이 박정환을 3위로 밀어내고 2위가 됐고 강동윤과 신민준이 동점 4위다. 김명훈이 8위, 원성진 10위, 김지석이 11위.

중국은 커제의 1위 자리가 아슬아슬하다. 리쉬안하오가 급상승 2위가 됐고 판팅위(3위), 구쯔하오(4위), 양딩신(5위), 미위팅(6위)으로 이어진다. 당이페이 15위, 자오천위는 16위. 이들이 몽땅 맞붙는 운명의 32강전은 감각적으로는 중국 우세. 그러나 상대전적을 따져보면 한국 우세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2년 전 신진서와 커제가 맞붙었다. 엄중한 코로나 치하에서 사상 처음 펼쳐진 온라인 결승전. 마우스 오작동으로 돌연 1선에 멈춰버린 신진서의 착점. 불운했던 패배 이후 그는 분연히 선언했다. “한판도 지지 않겠다.”

외국기사를 향한 신진서의 연승은 이후 무려 29승까지 이어졌다. 29번째 희생자는 미위팅. 그런데 올 중국리그에서 신진서의 연승을 끝낸 기사도 미위팅이다. 신진서는 다시 미위팅과 맞붙었다. 상대전적은 8승 4패.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는 박정환이 신진서를 꺾고 우승했다. 박정환은 신진서에게 한때 12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됐으나 쓰러지지 않았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운도 좋았다. 본인 말대로 16강전과 8강전에서 다 진 바둑을 뒤집었다. 이번에 다시 커제를 만났는데 상대전적은 14승 14패. 진정 알 수 없는 승부다.

변상일은 당이페이에게 2승 2패, 강동윤은 판팅위에게 3승2패고 김명훈은 리쉬안하오에게 2승 1패다. 원성진은 구쯔하오에게 1승, 김지석은 자오천위에게 2승이다. 상대전적에서 대부분 한국이 앞선다. 단 한명 신민준이 양딩신에게 밀린다.(1승 5패)

바둑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신진서에게 쏠린다. 그가 살아야 한국바둑도 산다고 느낀다. 그는 현재 랭킹 1위 말고도 승률1위, 다승1위, 상금 1위다. 모든 면에서 1위인데 삼성화재배하고만 아직 인연이 없다. 지난 두 번의 실패에 대해 신진서는 “커제와는 불운과 경험 부족, 지난해 박정환과는 멘탈이 흔들려 자멸했다”고 털어놓았다. “실패 이유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삼성화재배에 임하겠다”고 임전소감도 밝혔다. 첫판부터 미위팅이라는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지만 어차피 우승하려면 장애를 넘고 또 넘어야 한다.

주최 측 와일드카드는 오유진. 그는 최근 오청원배 세계여자대회서 우승했다. 막판에 일본의 여자꿈나무 나카무라 스미레(13)도 출전권을 얻었다. 1회 삼성화재배 우승자 요다 노리모토가 출전 예정이었는데 일본기원으로부터 5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하며 싸웠으나 기각돼 결국 스미레로 낙착이 됐다. 32강 중 여자기사는 최정, 위즈잉까지 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온라인대회다. 우승상금은 3억원. 한국은 예선을 통과한 유오성, 이형진, 한우진, 금지우, 그리고 시니어 대표 이창호까지 16명이 출전한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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