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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채 발행량 과감히 축소” 대형 증권사는 1조 채안펀드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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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추경호

시진핑(習近平) 3기로 인한 ‘차이나런’의 불똥이 원화로 튀었다. 25일 원화가치가 장중 연중 최저점까지 추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불붙인 강달러에 이어 중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원화값을 끌어내린 것이다. 고물가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내외 변수가 잇따르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정식도 더 복잡해졌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6.6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43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화값은 전날보다 4.3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444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 초반 달러당 1444.2원까지 밀렸다. 장중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낮다. 다만 장 후반에는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물량이 쏟아지며 원화가치가 오름세로 돌아서며 상승 마감했다.

이날 원화가치가 장중 연저점을 찍은 건 세계 금융시장을 휩쓴 ‘차이나런’ 때문이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값은 달러당 7.3084위안으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시진핑 1인 체제에 따른 중국 경제 리스크와 (중국이)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에 위안화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게 됐다. 한은은 지난 7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전망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대만 갈등과 미·중 분쟁은 보다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 경제 성장에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수출에서 대(對)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하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원화가치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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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통화정책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을 결정한다. 금리 인상은 상수지만 인상 폭은 오리무중이다. 한은이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을 때와 비교해 국내 경제지표나 미국 등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각종 변수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을 장기간 끌고 가는 요인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긴축의 부작용도 한은에는 부담이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으로 회사채와 단기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열린 ’KTB 국제 콘퍼런스‘에서 “올해 남은 기간 중 재정 여력을 고려해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과감히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된 국고채 발행량은 추가경정예산안 기준으로 177조3000억원이다. 지난달까지 144조2000억원을 발행해 연간 계획의 81.3%를 채웠다. 국채 발행과 공급이 줄면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민간으로 더 많이 흘러갈 수 있다.

한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24일 주요 증권사 9곳의 사장들과 만나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해소를 위해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설립을 논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별로 500억∼1500억원 정도를 지원해 최대 1조원가량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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