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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주도 ‘제2 채안펀드’ 조성 추진...일부는 난색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직원이 지폐를 세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직원이 지폐를 세고 있다. [연합뉴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과 주요 증권사 대표가 모여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고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나 회장이 증권사 대표들을 만나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 회장은 9개 주요 증권사 사장들과 만나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증권사들이 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한 자금을 모으자는 내용이 언급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본 시장의 경색은 돈이 없다기보다 불안 심리에 의해 돈이 안 도는 상황"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해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는 자금 시장 경색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연합뉴스]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는 자금 시장 경색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란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약속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된 사건이다. 강원도가 뒤늦게 보증 채무를 갚겠다고 나섰지만 단기 자금 시장은 물론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시장의 '돈 가뭄'이 가속화됐다. 특히 PF ABCP에 '빚 보증(신용 보강)'을 선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율이 35% 수준인 데 비해 중소형사는 50%에 달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중소형 증권사 구하기’에 직접 뛰어드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PF ABCP 자체가 증권사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이익은 각자 챙겨 놓고 리스크는 공동으로 짊어지라는 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관계사를 지원해도 부당 지원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부실을 지원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배임’ 논란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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