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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나들이 열풍 만들었다…이건희 ‘위대한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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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을 계기로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이른바 ‘KH(이건희 회장의 영문 이니셜) 유산’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고인의 유산 중 3분의 2가량을 상속세로 납부(예정 포함)하거나 사회에 기부했다. 금액으로는 상속세 12조원을 포함해 15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이는 한국 역사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선례를 남겼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예술품 기부와 감염병 극복,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등 3가지 유산은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해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시장 가치로는 2조~3조원대에 이른다. 이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이중섭의 ‘황소’ 등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자 문화계에서는 “국보 리스트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관람객 72만 명이 다녀가면서 미술관 나들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지난 1997년 에세이집에서 “앞으로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철학 아래 그가 평생을 바쳐 모았던 기증품은 이달부터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미술관을 순회 중이다.

첫 지역 순회전은 지난 5일 국립광주박물관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시작했다. 이중섭·박수근·김환기·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총출동해 그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던 문화 향유의 기회를 지방 곳곳에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중섭 '황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황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의료 기부도 이 회장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됐다. 그는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은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달된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첨단 설비를 갖춘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쓰인다.

지난 1990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꿈나무어린이집' 현판식에 참석한 이 회장과 고건 서울시장. 삼성복지재단이 어린이들을 위해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1990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꿈나무어린이집' 현판식에 참석한 이 회장과 고건 서울시장. 삼성복지재단이 어린이들을 위해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했다. 사진 삼성전자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됐다. 정기현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도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지방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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