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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총리에 英 국채금리 하락 안정...인도 "우리 아들" 환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총리로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이 확정되면서 영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장중 한때 4.1%를 넘어섰던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이날 3.7%대로 내려왔다. 다만, 지난달 15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3.1%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에 따른 금융 시장 불안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리시 수낵이 24일 영국의 총리로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리시 수낵이 24일 영국의 총리로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존슨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수낵은 옥스퍼드대에서 PPE(철학·정치·경제학)를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대학원(MBA)을 마쳤으며 골드만삭스 등에서 근무한 금융인 출신이다. 그가 총리로 선출되는 데 이런 이력이 주효했다는 평가지만, 혼돈에 빠진 영국 경제 수습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1.4% 감소했고, 소비자 심리지수도 역대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최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낵은 트러스 전 총리와 달리 증세와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슨, 모돈트 지지자도 품을 듯"   

수낵이 25일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하는 가운데 영국 언론은 그의 내각이 다양한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빅텐트'로 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수낵의 측근들은 "수낵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만 내각을 채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총리직을 놓고 경합했던 수낵 측 인사들을 내각에서 전면 배제해 당을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 타임스도 수낵이 당 통합을 위해 '빅텐트' 내각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수낵의 한 측근은 "수낵은 '모든 재능의 정부 (government of all the talents)'를 추구하며 (총리직을 놓고 경쟁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의 지지자들도
(내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은 총리 선출 뒤 보수당 내 연설에서 "안정과 통합"을 강조하며 이런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영국은 의심의 여지 없이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겐 이제 안정과 통합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과 나라를 하나로 모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탕평 차원에서 외무부 장관에 모돈트 원내대표를 기용하거나 존슨 전 총리를 지지한 제임스 클리버리 현 장관을 유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재무부 장관엔 금융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제러미 헌트 현 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건부 장관에는 존슨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 등을 지냈으나 수낵 지지자로 돌아선 스티브 바클레이가 거론된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리시 수낵이 24일 총리 확정 후 보수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이 24일 총리 확정 후 보수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축제 분위기..."인도 아들이 제국 정복"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인 수낵이 영국 총리가 되자 인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 타임스는 인도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이 인도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수낵이 영국 총리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인도와 영국을 잇는 '살아있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총리 확정 소식은 인도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NDTV는 "인도 아들이 제국을 정복했다"고 전했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자랑스러운 힌두교도 수낵이 새로운 영국 총리"라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수낵의 총리 선출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수낵의 총리 선출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특히 수낵의 총리 선출 소식이 전해진 24일 이날은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Diwali)' 당일이자, 올해는 인도가 영국 식민 통치로부터 독립한 지 75주년이다.

라그하브 차다 하원의원은 "오늘 인도가 디왈리와 올해 독립 75주년을 기념하면서 인도 출신 영국 총리를 보게 됐다"며 "역사는 원처럼 돌고 돈다"고 밝혔다. 인도의 사업가 마노즈 가그는 "수년간 우리를 지배했던 나라가 이제 인도계 총리를 갖게 된 것은 인도의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했다.

영국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의 이사 선더 카트왈라 소장은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에 대해 "최근 수십 년 간 영국 정치와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했다.

수낵의 조부모와 부모는 1960년대 영국에 정착했다. 수낵은 1980년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태어났고,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인도의 재벌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악샤타 무르티와 결혼해 부부 자산이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910억원)에 이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수낵이 영국 총리로 확정된 데 대해 "획기적인 이정표"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낵과 며칠 내로 전화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낵은 25일 찰스 3세 국왕의 재가를 얻은 뒤 이날 오후 7시 35분께(한국시간) 취임 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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