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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광경” 여야 손 잡은 ‘연금특위’…앞은 가시밭길

중앙일보

입력

“특별위원회의 중차대한 역할에 비춰 봤을 때 주호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천한다”(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름다운 광경이다”(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601호실. 요즘 같은 정국에 여야 의원 사이에 보기 드문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해 여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이라 더 눈길을 끌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위원장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회의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오늘 첫 회의는 지난 7월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면서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장진영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위원장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회의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오늘 첫 회의는 지난 7월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면서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장진영 기자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머리를 맞댄 것은 연금 개혁 때문이다. 이날 열린 연금개혁 특위 첫 회의에서 주 원내대표가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선임됐다. 강기윤 의원은 여당 간사, 김성주 의원은 야당 간사를 맡았다. 특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각각 6명에 강은미 정의당 의원까지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주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모든 나라가 당면한 문제이고, 성공하면 역사에 남을 일”이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여야가 다 같이 일하자”고 당부했다. 김성주 의원은 “여야가 정당을 초월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연금 제도를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위원장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위원장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특위 구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선 이후 6월 지방선거까지 치르면서 여야 대립이 지속한 데다가 주무 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야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해 특위 구성에 합의했지만, 국정감사 등으로 첫 문을 열기까지 꼬박 석 달이 걸렸다.

특위는 늑장 출범했지만, 이미 연금 고갈 적신호는 켜진 지 오래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을 낼 사람은 줄어들고,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 고갈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 적자로 전환돼 2054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밝힌 예상치에 비해 적자 전환은 2년, 기금 고갈은 3년 당겨졌다.

윤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해 연금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게 된다”며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특위는 앞으로 연금 재정 안정과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기초 연금 개혁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성공하면 역사에 남을 일”이라는 주 원내대표의 말대로 개혁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 자체는 여야 모두 공감하지만,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힌 조정 방법 등 각론으로 들어가 합의점 을 찾기란 그야말로 난제다.

무엇보다 표심에 울고 웃는 정치권에서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연금 개혁만해도 특정 세대 등에 고통 분담과 손해 감수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권이 연금 개혁을 쉽게 손대지 못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모두 총대를 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손보는 일도 녹록지 않다. 연금 개혁 과정에서 혜택이 줄어드는 공무원·군인 등 이해 당사자와 그 가족까지 합치면 최소 수백만 명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적연금 통합론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도 꽤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 장진영 기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 장진영 기자

연금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도 뇌관이다. 지난 11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여당이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이고 연금개혁을 방치했다”(이종성 의원)고 비판하자, 야당이 “윤석열 정부가 연금 개혁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방향을 잘 모르겠다”(김민석 의원)고 꼬집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일도 있었다.

정부의 개혁안 제출 시점도 변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5일 국감에서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년 10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정부안이 나오면, 연금 개혁 논의가 선거전에 휩쓸려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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