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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0주년 맞은 한예종 “30년 안에 세계 10위권 대학이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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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서 열린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에서 김대진 총장,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의 유족 강인숙 여사와 처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서 열린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에서 김대진 총장,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의 유족 강인숙 여사와 처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30년 전 초대 총장이 ‘유학 갈 필요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사실 그걸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하지만 이제 그 목표가 달성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30년은 ‘유학 갈 필요 없는 학교에서 (해외에서) 유학 오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저희 스스로에게 부여하려 합니다.”

개교 30주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김대진 총장의 말이다. 김 총장은 25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에서 개최한 ‘개교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목표를 내세우며 “60주년 기념 행사를 할 때는 이곳에 많은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이 앉아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12월 30일 제정된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에 따라 설립된 한예종은 ‘전문예술인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걸맞게 지난 30여년간 뛰어난 문화예술인들을 다방면으로 배출해왔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피아니스트 임윤찬(18)도 한예종 재학생이다. 1992년 10월 30일, 학교 직제가 확정된 날을 개교일로 기념하고 있는 한예종은 1993년 음악원을 시작으로 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이 차례로 개원, 1998년 전통예술원까지 마지막으로 문을 열며 현재의 6개원 종합대학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해외 진출 기반 위해 ‘설치법’ 제정 필요”

김 총장은 향후 한예종이 중점을 둘 4대 과제로 ▶설치법 제정 ▶통합캠퍼스 조성 ▶글로벌 예술대학 도약 ▶예술영재교육 확산 등을 꼽았다. 이중에서도 한예종을 석·박사 학위 수여가 가능한 대학으로 만들고, 대학원 설립을 가능케 하는 ‘설치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법상 ‘각종학교’로 분류돼 있는 한예종은 학사 학위는 인정되지만, 일반 대학과 달리 석·박사 학위는 수여할 수 없다.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이수하면 타 대학의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 만으로는 석·박사 학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서 열린 '개교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진 총장은 "30년 안에 QS 세계대학평가 10위 안에 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서 열린 '개교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진 총장은 "30년 안에 QS 세계대학평가 10위 안에 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김 총장은 “우리가 유학 갈 때를 생각해보면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학위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학생을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치법을 만들어서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현재 큰 당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30년 안에 QS 세계대학 평가 10위 안에 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예종은 올해 QS 세계대학평가(공연예술 분야)에서 42위를 기록했다.

다만 한예종이 학위 수여 권한까지 갖게 되면 실기 중심의 교육에서 멀어지게 되고, 타 대학들이 예술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타 대학의 여러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는 타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서로 학생을 더 유치한다는 개념보다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학생들이 (설치법 제정을) 원하는 이유는 취업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진정성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설득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또 현재 석관동·서초동·대학로 등으로 분산돼 있는 캠퍼스를 한 데 모은 통합 캠퍼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가 같은 캠퍼스 안에 있어야 융합 교육이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결정권은 저희에게 없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상징 예술극장, ‘이어령예술극장’으로”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에서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고 이어령 선생 유족 대표로 참석한 강인숙 여사는 "여러 분야의 예술 장르를 모아 놓은 곳에 이 선생의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에서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고 이어령 선생 유족 대표로 참석한 강인숙 여사는 "여러 분야의 예술 장르를 모아 놓은 곳에 이 선생의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이날 기자간담회을 앞두고는 고 이어령(1934~2022) 선생을 기리는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도 진행됐다. 이어령 선생은 초대 문화부 장관 재직 당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한예종 설치령 통과를 역설하면서 한예종 설립 근거 마련에 기여한 바 있다. 김 총장은 “학교에 큰 정신적 지주 두 분이 계신데, 이강숙 초대 총장과 이어령 장관”이라며 “학교의 심장이자 혼이 깃들어 있는 서초동 홀을 이강숙 홀로 개명한 데 이어 30주년을 맞이해 석관동 캠퍼스의 심장인 예술극장을 ‘이어령예술극장’으로 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령 선생 유족 대표로 참석한 강인숙(영인문학관장) 여사는 “이어령 선생은 여러 분야에서 마에스트로가 되고 싶어했던 르네상스의 예술가들과 닮은 데가 많다. 각자 발전해 온 여러 분야의 예술 장르들을 한 울타리에 모아 놓은 곳이 한예종이니 이곳은 이 선생의 꿈이 실현된 자리라 할 수 있다”며 “여기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예종은 31일에는 이어령예술극장에서 ‘개교 3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유공자 포상과 졸업생·재학생들이 꾸미는 축하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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