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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명은 자유” 유홍림,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로...자율 예산, 겸직 유연화 추진

중앙일보

입력

“인간은 틀에 맞춰 제작되어 주어진 작업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오직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만 마음껏 숨 쉴 수 있다”

서울대 신임 총장 최종후보 유홍림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총장추천위원회에 제출했던 소견서의 첫 단락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한 이 문장엔 학문 공동체에 있어 자유가 중요하다는 유 교수의 지론이 담겼다. 총장에 출마하는 이유를 담은 이 글에서 유 교수는 “대학의 생명은 자유”라며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규제와 관행이 우리를 속박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자발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창의적 융합 교육과 연구의 제도적 기반을 재구축하며, 교육과 연구 현장을 지원하는 효율적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21년만의 사회대 출신 총장

서울대 신임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유홍림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진 서울대학교

서울대 신임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된 유홍림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진 서울대학교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 교수를 제28대 신임 총장 최종후보자로 추천했다. 이날 이사회는 총추위가 추천한 세 명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실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미래 비전, 실행 방안, 운영 능력과 리더십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유 교수를 최종후보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출신으로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사회과학대학장, 한국정치사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사회대 출신 총장이 나온 건 제23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경제학과) 이후 21년만이다.

유 교수는 선거 기간 이전부터 ‘대학의 자유’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중앙일보에 쓴 글에서도 유 교수는 “대학이 자유의 특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는 기존 지식과 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라며 “신뢰와 합의를 무시하고, 소수의 일탈을 막기 위해 전체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학문공동체로서의 대학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약에도 ‘자유’…출연금 규제 해제, 겸직 유연화

 이 같은 생각은 그가 내건 공약에서도 확인된다. 유 교수가 학교에 제출한 발전계획서에 따르면 그의 최우선 공약은 ‘서울대 운영의 자율화’였다. 정부 출연금 ‘칸막이 규제’를 해제하고, 교수 정원을 교육부로부터 승인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등 정부와 합의를 통해 실질적 자율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이병준 기자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이병준 기자

서울대는 올해 5379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받았다. 현행 규정상 정부 출연금은 일정 항목에만 사용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합재정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달 초 서울대 교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출연금 규모와 사용 항목은 법인화 이전과 거의 같다”며 “우리 대학이 최소 4년 단위로 사업 계획을 승인받아야 하고 더 단기적으로 구체적인 사용은 정부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도 약속했다. 유 교수는 고등교육법 등 서울대 관련 법령과 학칙, 규정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자율화와 신뢰 구축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원 채용·승진 등에 있어 단과대학에 권한을 더 위임하고, 학교 본부 처장단과 학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등 교내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유 교수는 현재 교육·연구·기획 부총장 제도를 수석·재정·산학 부총장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 부총장들의 업무는 수석 부총장이 총괄하고, 재정과 산·관·학 협력을 담당하는 부총장들을 신설하겠다는 거다. 교원 겸직도 유연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 교원은 총장의 허가를 받아 1인당 주 8시간 이내에 겸직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 교수는 정부 출연금을 4년 후 연 7200억원 수준으로 증액하고, 특정 연구를 후원하는 목적형 기금을 조성하는 등 발전기금 8000억원을 모금해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 규모의 자체 연구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그의 구상 중 하나다. 서울대 총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신임 총장은 내년 2월 1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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