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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억 챙긴 혐의 '그알 PD' 출신 회장님 몰락…"배후 있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영권(63)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미끼로 해 주가를 조작, 162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기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강 전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및 관계사 에디슨EV 전직 임원 등 총 4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7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강 전 회장과 관계사 에너지솔루션즈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차모씨는 구속기소됐고, 다른 전직 임원 2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이유로 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이유로 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강 전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쌍용차를 인수설을 띄워 에디슨EV 주가를 조작해 162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또 지난해 8월부터 11월 사이 에디슨EV 자금 500억원으로 비상장사인 에디슨모터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가치를 부풀림으로써 에디슨EV에 164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지난 3월엔 외부감사인에게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등이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없이 허위 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서 쌍용차 인수라는 일종의 투자 ‘미끼’를 내세운 것으로 봤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10월20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쌍용차 매출은 2조9500억원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900억원대여서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강 전 회장 등이 이런 방식으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이었던 에디슨EV의 주가를 띄웠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지난해 5월 기준 6000원대였던 에디슨EV의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해 11월 12일 기준 8만 24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지난 3월28일 경기 평택 소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지난 3월28일 경기 평택 소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3월28일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M&A(인수합병)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나 에디슨모터스 측이 예치해야 할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못했다”며 “계약에 따라 자동해제됐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인수대금 잔금 납입 기한인 3월 25일까지 2743억원 상당의 잔금을 납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에디슨EV 주가는 급락했고, 검찰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12만5000명의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감독원은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7월 26일 합수단에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지난 6월 7일 검찰 출신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지 한달여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검찰은 지난 8월 9일 에디슨모터스와 관계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달 4일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7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강 전 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지난 2020녀 10월21일 tvN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습. 사진 [유튜브. 인터넷 캡처]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지난 2020녀 10월21일 tvN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습. 사진 [유튜브. 인터넷 캡처]

강영권 측 “자금 조달 약속 안 지켜졌다”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인 강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21일 tvN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창조적 사업가’로 소개됐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상적인 인수합병 과정으로 쌍용차를 인수하려 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강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로 약속됐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인수합병에 실패한 것이지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설을 띄운 시점부터 강 전 회장이 구속 기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5개월 남짓이다. 지방의 한 간부급 검사는 “무자본 인수합병 주가조작 사건에선 소위 ‘쩐주(돈줄)’ 역할을 맡은 이들이 범행을 주도하는데,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강 전 회장에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한 이들이 배후에서 무언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사가 진행됐을 당시에도 금융업계에선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이모씨 일당이 이 사건에 관여됐단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부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수사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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