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기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5만원권을 계속 입금하던 20대 남성을 수상히 여긴 시민의 신고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검거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는 지난 7월 29일 현금을 뽑기 위해 집 근처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는 ATM기를 찾았다가 수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먼저 ATM기를 이용하고 있던 젊은 남성이 바닥에 검은색 계열의 가방을 놓고 오만원권을 계속 입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A씨가 ATM기 앞에서 한참 기다리자 "좀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먼저 쓰시라"며 순서를 양보하기도 했다.
그렇게 젊은 남성의 배려로 용무를 보게 된 A씨는 ATM기 주변에서 수상한 영수증 여러 장을 발견했다.
'피싱 지킴이'로 선정된 A씨.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같은 이름으로 계속 100만원씩이 입금됐는데, 수령인 명의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으로 돼 있었다.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A씨는 영수증 몇장을 챙겨 나왔고, 바로 인근 파출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A씨가 떠난 뒤에도 송금을 계속하던 수상한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고용된 현금 수거책이었다. '저금리 대출을 해줄 테니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라'는 말에 속은 40대 여성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정해진 계좌로 송금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송금 장소로 A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 ATM을 쓴 것 역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령에 따른 것이었다.
김포경찰서는 20대인 이 남성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에서 압수한 2100만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이미 송금된 900만 원에 대해서는 계좌 추적 등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현금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이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