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자금의 중간 전달자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 측이 전달한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 부원장이 20억원 달라고 해서 7억원, 6억원 정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돈을 마련한 남욱 변호사도 검찰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김 부원장이 지난해 8월 민주당 예비 경선이 끝난 뒤 “나머지 돈은 언제 마련되냐”고 물으며 추가 자금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반면 김 부원장 측은 대선자금 수수 의혹 자체에 대해 직접적 증거가 없는 조작이라는 입장이다.
“돈 만든 사람, 준 사람, 전달한 사람 얘기 같아”
정 변호사측 변호인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의미 있는 것은 (자금을) 만든 사람(남욱 변호사), 갖다 준 사람(정민용 변호사), 전달한 사람(유동규) 세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김 부원장은) 왜 부인하고 있나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액수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은 “구체적 금액은 잘 모르겠는데 7억4700만원”이라며 “8억4700만원이었는데 1억원을 다시 (남 변호사 측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7억4700만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유동규에게) 전달해주라니까 전달한 거고, 김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되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檢 김용 구속 사유·유동규 진술과도 일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유 전 본부장의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자금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 20억원 달라고 해서 7억원 정도, 6억원 정도 전달했다”며 전달 시기에 대해 “작년이다. 대선 경선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 구속된 이후 자금 전달자들의 증언이 연이어 나온 셈이다. 남욱 변호사 역시 검찰에서 유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앞서 김 부원장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며 ①정 변호사가 2021년 4~8월 서울 서초구 ㈜엔에스제이홀딩스 사무실 및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서 남욱의 지시를 받은 (남욱의 최측근) 이 모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8억원 상당을 받았고, ②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받은 대선 자금을 전달했으며. ③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에서 김 부원장에게 대선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었다.
예비경선 후에도 자금 요구…李 직접 부인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8월 이 대표가 민주당 예비경선을 통과해 본경선에 진출한 시점에도 김 부원장이 “나머지 돈은 언제 마련되냐”며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준비하고 있다”고 추가 자금을 약속했지만 이후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불거져 추가로 건넨 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김 부원장은 자금 1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도 없다”는 김 부원장 변호인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짜 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유동규와 김용의 통화기록만 조회해 갖고 비슷하게 장소 일치하면 연결 지어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남욱이나 이모씨, 또는 정모씨, 유동규씨와 연결되는 자금의 일정한 흐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김용한테 전달됐다고 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저는 김용이 수수했다고 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자금 진실게임’ 시리즈를 올리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자신에 대해 욕하는 영상을 올리며 “자신들이 다 가졌을 개발이익을 공공개발한다며 4400억원이나 뺏고 사업 도중 1100억원을 더 뺏은 이재명이 얼마나 미웠을까”라며 “2021년 4월이면 (대장동) 사업도 다 끝난 후인데 그들이 과연 원수 같았을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줬을까”라고 썼다.
앞서 21일엔 “김 부원장이 선거 관련해서 제게 준 돈은 공식 정치후원금으로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50만원이 전부”라며 “2021 대선 경선 때는 7월 9일 100만원을 후원했다가 8월 22일 그나마 반환받아 갔다. 그가 직전에 선거자금 수억 원을 받았다면 겨우 100만원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