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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만든 사람, 준 사람, 전한 사람 다 인정하는데…김용만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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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자금의 중간 전달자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 측이 전달한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 부원장이 20억원 달라고 해서 7억원, 6억원 정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돈을 마련한 남욱 변호사도 검찰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김 부원장이 지난해 8월 민주당 예비 경선이 끝난 뒤 “나머지 돈은 언제 마련되냐”고 물으며 추가 자금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반면 김 부원장 측은 대선자금 수수 의혹 자체에 대해 직접적 증거가 없는 조작이라는 입장이다.

“돈 만든 사람, 준 사람, 전달한 사람 얘기 같아”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근무하면서 화천대유가 성남의뜰의 자산관리사(AMC)로 선정되도록 개입하는 등 사업 설계에 위법하게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등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근무하면서 화천대유가 성남의뜰의 자산관리사(AMC)로 선정되도록 개입하는 등 사업 설계에 위법하게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등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정 변호사측 변호인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의미 있는 것은 (자금을) 만든 사람(남욱 변호사), 갖다 준 사람(정민용 변호사), 전달한 사람(유동규) 세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김 부원장은) 왜 부인하고 있나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액수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은 “구체적 금액은 잘 모르겠는데 7억4700만원”이라며 “8억4700만원이었는데 1억원을 다시 (남 변호사 측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7억4700만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유동규에게) 전달해주라니까 전달한 거고, 김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되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檢 김용 구속 사유·유동규 진술과도 일치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 약 1176억 규모의 시행 이익을 몰아줘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배임)를 받는다. 뉴스1.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 약 1176억 규모의 시행 이익을 몰아줘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배임)를 받는다. 뉴스1.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유 전 본부장의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자금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 20억원 달라고 해서 7억원 정도, 6억원 정도 전달했다”며 전달 시기에 대해 “작년이다. 대선 경선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 구속된 이후 자금 전달자들의 증언이 연이어 나온 셈이다. 남욱 변호사 역시 검찰에서 유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앞서 김 부원장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며 ①정 변호사가 2021년 4~8월 서울 서초구 ㈜엔에스제이홀딩스 사무실 및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서 남욱의 지시를 받은 (남욱의 최측근) 이 모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8억원 상당을 받았고, ②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받은 대선 자금을 전달했으며. ③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에서 김 부원장에게 대선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었다.

예비경선 후에도 자금 요구…李 직접 부인

2018년 10월 17일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긴급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17일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긴급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8월 이 대표가 민주당 예비경선을 통과해 본경선에 진출한 시점에도 김 부원장이 “나머지 돈은 언제 마련되냐”며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준비하고 있다”고 추가 자금을 약속했지만 이후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불거져 추가로 건넨 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김 부원장은 자금 1억원을 반납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도 없다”는 김 부원장 변호인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짜 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유동규와 김용의 통화기록만 조회해 갖고 비슷하게 장소 일치하면 연결 지어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남욱이나 이모씨, 또는 정모씨, 유동규씨와 연결되는 자금의 일정한 흐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김용한테 전달됐다고 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저는 김용이 수수했다고 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부터 연달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자금 진실게임'을 올리며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부터 연달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자금 진실게임'을 올리며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자금 진실게임’ 시리즈를 올리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자신에 대해 욕하는 영상을 올리며 “자신들이 다 가졌을 개발이익을 공공개발한다며 4400억원이나 뺏고 사업 도중 1100억원을 더 뺏은 이재명이 얼마나 미웠을까”라며 “2021년 4월이면 (대장동) 사업도 다 끝난 후인데 그들이 과연 원수 같았을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줬을까”라고 썼다.

앞서 21일엔 “김 부원장이 선거 관련해서 제게 준 돈은 공식 정치후원금으로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50만원이 전부”라며 “2021 대선 경선 때는 7월 9일 100만원을 후원했다가 8월 22일 그나마 반환받아 갔다. 그가 직전에 선거자금 수억 원을 받았다면 겨우 100만원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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