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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민우의 시시각각

김용도 과연 입을 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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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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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측근 중에 조직관리를 믿고 맡길 사람은 솔직히 김용밖에 없어요. 독박을 쓴 거죠."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 첫 재임 시절(2010~2014) 성남시 산하기관 임원을 지내며 '이재명 이너서클'에 편입됐던 A씨는 구속된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A씨는 "김용은 겸손하면서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아요. 양아치가 득실대는 정치판에서 양질에 속하죠. 이 대표가 놓치기 어려웠을 거예요"라고도 했다.

구속된 김용, 이재명과 10여년 인연 #궂은 일 맡아 대선 때는 조직관리 #"유동규처럼 털어놓을 것" 관측도

2019년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판교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를 하며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2019년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판교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를 하며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김 부원장은 이재명-정진상(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이어 그룹 내 실질적인 넘버3였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0순위로 꼽혔다. 이 대표와 김 부원장의 인연은 2009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부원장은 분당구 야탑동 매화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고, 이 대표는 변호사이자 성남에서 시장·국회의원 선거에 연거푸 떨어진 무명 정치인이었다.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그때 정자동 한솔5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다.

 A씨의 전언. "당시 분당은 신도시 개발 15년 차에 불과했지만 재건축 가능 연한은 40년이었던 때라 리모델링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요. 입주민들은 주공아파트라는 딱지를 떼고 싶어 했고, 주차난에 배관 노후화 등으로 이미 불만이 컸죠. 근데 한나라당은 도통 관심이 없는데, 한 표가 아쉬운 이 대표가 두 팔을 걷고 나서니 고마울 수밖에요. 양측의 이해가 일치했던 겁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리모델링 바람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아성인 분당에서 약진했고,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첫 선출직이었다.

2018년 10월 경기도 대변인 시절 김용. [연합뉴스]

2018년 10월 경기도 대변인 시절 김용. [연합뉴스]

 그때 김 부원장도 민주당 소속으로 성남시의원이 됐다. 연세대 신학과를 나와 고지식한 성격의 그가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된 건 이 대표의 권유가 컸다고 한다. 당시 이재명 시장으로선 여소야대 성남시의회에서 김용 시의원의 지원이 절실했고, 김 시의원도 한몸처럼 움직였다. 이 시장이 원하는 법안을 발의해 주는 대리인 역할에 충실했다. 대장동 개발의 모태가 되는, 성남시설관리공단이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탈바꿈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재명의 친형인 이재선씨를 고소하는 일도 맡았고, 이 시장이 2018년 경기지사가 됐을 때는 경기도 대변인이 됐다.

불법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입장 발표 중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불법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입장 발표 중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김 부원장은 정치적으론 불운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경기 분당갑 지역에 나서려 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김병관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 이 대표가 와서 "김용은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지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이야 친명계가 설치지만, 2년 전만 해도 이재명은 민주당에서 별종 취급을 받았어요. 친한 의원이라야 정성호·김병욱·김영진 정도가 전부였고, 지난해 초 당내 지지 그룹 '7인회'도 솔직히 숫자 채우려고 억지로 엮은 거였죠. 김용 낙선이 이 대표로서도 무척 아쉬웠을 겁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정진상 실장과 함께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김용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 외곽 조직을 관리했어요. 은밀히 돈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약삭빠른 의원에게 그걸 맡길 수는 없죠. '배지'가 아닌 김용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컸겠죠. 저녁식사를 보통 두탕 넘게 뛰면서 온몸을 던지더라고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대장동 일당에게 '20억 요구, 8억 수수'는 김 부원장 혼자 한 일일까. 민주당 인사는 피식 웃으며 "장난해요?"라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관건은 구속된 김 부원장이 검찰에서 무엇을 진술하느냐다. A씨의 전망은 이랬다. "김용은 입이 무겁긴 하죠. 근데 유동규는 뭐 가벼워 저리 떠들겠어요. '의리? 이 판에 그런 거 없더라' 이게 진실이죠. 게다가 김용은 돈이나 뜯는 잡범 취급을 더 못 참을 거예요. 이미 둑이 무너졌잖아요. 그리 오래 안 걸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