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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커진 이민청 신설 목소리…영주이민 허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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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술 필요한 외국인 인력 관리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미국을 비롯한 선진 산업국가로부터 고급 기술 개발 및 이전에 대한 견제뿐만 아니라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가 지속적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엔(UN)은 14억 중국 인구가 21세기 말에는 8억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가는 사회를 유지하고 경제 성장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자국 인구의 출산 혹은 외국으로부터의 노동력 유입을 통해 조달한다. 외국인 노동력 조달은 영주, 혹은 단기 체류를 전제로 할 수 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은 영주에 기반을 둔 이민을 통해 외국 출생 인력을 받아들여 왔고 1980년대 이후 한국·일본·대만 등은 한시적 체류를 전제로 한 초청근로자(guest worker) 제도를 통해 국내로 외국인 인력을 조달해 왔다.

선진국, 노동력 유입해 성장 발판
미국·캐나다·호주, 영주권도 제공

한국 고용허가제는 문제투성이
불법체류가 비자취업보다 많아

기술숙련 지원해 전문성 키워야
10년 일하면 영주이민 자격 부여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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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초청근로자 제도를 통해 경제 성장에 필요한 인력을 조달해 오다가 1970년대 중반 이미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의 정주화로 이민 정책의 방향을 전환한 대표적인 나라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출입국이주관리청(가칭) 설립은 한국의 이민정책이 한시적 체류를 전제로 한 초청근로자제도에 집중하는 기조에서 벗어나 영주 이민을 개방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출입국이주관리청 도입 방안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에선 제외됐지만,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연내 출입국이주관리청 의견 수렴

출입국이주관리청 설립 검토에는 영주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로의 전환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 외국인력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용허가제를 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외국인력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일반고용허가제와 함께 고용허가제의 한 축인 특례고용허가제에 따른 방문취업 체류자격자의 국내 체류가 2019년 22만6000명에서 2021년 12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동포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직장 이동을 허용했는데, 코로나19로 일반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인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 등으로 동포외국인 근로자의 상당수가 중국 등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방문취업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1년 말 현재 47만8000명인 재외동포 체류자격 동포외국인의 상당수는 법이 허용하지 않은 분야에 취업하고 있는데, 정부의 관리 범위 밖에 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 동포외국인은 2010년에 8만5000명에 불과했다.

단기 비자 반복하는 불법 취업 심각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체류 관리가 비상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불법 체류자가 급증했다. 불법체류자는 아니지만 단기체류 비자를 가지고 출입국을 반복해 불법적 취업 활동을 하는 외국인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불법 취업활동은 더욱 심각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6년 11.3%까지 감소했던 전체 외국인 체류자 중 불법체류자 비중은 2021년 19.9%까지 상승했다. 불법체류자가 취업비자를 가지고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보다 많다. 2021년 말 현재 불법 체류자를 제외한 취업비자 외국인 체류자가 34만1000명, 불법체류자는 38만8700명이다. 사증면제·단기방문, 단기 상용 및  관광통과 체류자격이 불법체류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불법체류자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히 늘어났다.

불법체류자는 일단 늘어나면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국내의 고용주가 있기 때문에) 강제 추방 등을 통해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입국이주관리청 설립과 함께 영주이민을 개방하기에 앞서 현 외국인력제도의 틀 내에서 영주이민을 허용해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체제 마련해야

내년이면 도입 20년째인 일반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인력은 현재의 시스템 내에서 최장 10년 가까이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할 수 있다. 10년 가까이 국내에서 일했다면 단순 기능인력이라기보다는 전문 기능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단순 기능인력으로 엄격히 구분하는 취업자격 외국인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 기능인력으로 일단 들어오면 전문인력으로의 전환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준전문인력 범주의 신설 등을 통해 단순 기능인력으로 유입된 외국인의 숙련인력으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고 영주이민으로 가는 디딤돌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단순 기능인력을 근로자로부터 도입하지 않으나 연수생으로 도입한 후 숙련 형성을 지원해 기능인력으로 육성하거나 처음부터 (전문인력 범주는 아니나) 숙련기능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일본의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이주관리청 설립과 함께 외국인 취업자의 체류 관리 및 지원을 혁신해야 한다. 외국인 취업자의 체류 관리 및 지원이 혁신돼야 현재와 같이 불법 체류자 및 취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법무부·고용부 영역 갈등 풀어야

통합적 외국인력 취업 및 체류 기관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내 외국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순 기능인력 중 일반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인력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체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방문취업제 동포 근로자는 고용지원센터에 등록하고 구직 활동을 하게 되어 있으나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민간 알선업체를 통해 구직 활동을 하는 동포근로자가 상당수 있다. 통합적 기관 설립으로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인한 문제, 구인·구직 시 숙련(skills) 불일치 등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끝으로 이민청 설립이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포함한 이민정책의 부처 간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하여서는 안된다. 1980년대 초 외국인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점부터 시작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의 다툼으로 현재 일반고용허가제와 특례고용허가제(방문취업제)의 두 축으로 구분되는 비효율적 고용허가제의 틀이 형성됐다. 부처 간 업무 협조는 고사하고 견제로 인해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외국인 취업자 관리 및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출입국이주관리청 설립이 통합적 틀 내에서 두 부처 간 이민 및 외국인력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내 외국인 노동인구 왜 줄고 있나

2019년 252만5000명까지 늘어났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들어 2021년 말 현재 195만7000명이다. 단기 체류 외국인이 80%다.

취업자격 체류자는 45만2000명으로 주로 단순기능 인력이다. 일반고용허가제 체류자격인 비전문 취업(E-9)이 23만7000명으로 가장 많고, 특례고용허가제 체류 자격인 방문취업(H-2)이 15만5000명 순이다. 전문인력은 4만3000명에 불과하다.

취업자격 외에도 재외동포(F-4) 등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취업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2021년 말 현재 137만1000명이다. 또한  단기체류자격 중사증면제(B-1), 관광통과(B-2), 단기상용(C-2) 및 단기방문(C-3) 체류자격 외국인 중 25만7000명의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취업하였거나 구직활동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E-9, H-2, F-4, 단기체류자격(B-1, B-2,C-2, C-3) 중 불법체류자 등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의 외국인은 연수취업제가 폐지된 2010년 72만2000명이었다. 그 이후 H-2의 비중이 급속히 줄고, F-4와 F-5의 비중이 급속히 늘어났다.

전체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자 비중은 2003년 23.3%에서 2010년 13.4%, 2016년 11.3%까지 감소했다가 2021년 19.9%까지 상승했다. 불법체류자 수는 2002년 28만9000명에서 2010년에는 16만7000명으로 떨어졌으나 2020년 39만2000명까지 늘어났다.

전체 국민대비 장기체류 외국인 비중은 1% 미만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 기간 OECD 국가 중 한국이 외국 출생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또 노동력 변화의 9%가 새로운 외국인 이주자로 인한 것이었다. 이 기간에 저숙련 노동력이 23% 증가했는데, 그중 39%가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것이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