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팝 DNA’ 이식받은 일본 아이돌…팬덤도 닮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9인조 한·중·일 그룹 케플러(사진)와 11인조 일본 그룹 JO1(아래 사진)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CJ ENM]

9인조 한·중·일 그룹 케플러(사진)와 11인조 일본 그룹 JO1(아래 사진)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CJ ENM]

지난 14~1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22 재팬’ 공연에는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 일본 그룹 4팀(INI·OCTPATH·JO1· NiziU)이 무대에 올랐다. 일본 그룹이 왜 K팝 공연에 출연하나 의문이 들 법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무대에선 K팝 특유의 사운드부터 칼군무 등 여러모로 ‘K팝스러움’이 묻어났다.

9인조 한·중·일 그룹 케플러(위 사진)와 11인조 일본 그룹 JO1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CJ ENM]

9인조 한·중·일 그룹 케플러(위 사진)와 11인조 일본 그룹 JO1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CJ ENM]

이들 그룹들의 탄생 배경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추진한 K팝 시스템의 세계화·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9인조 걸그룹 NiziU(니쥬)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에서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팀이고, JO1(제이오원)과 INI(아이엔아이)는 한일 공동으로 제작된 ‘프로듀스 101 재팬’(각각 시즌 1·2)을 거쳐 탄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포맷을 일본에 수출한 CJ ENM은 일본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과 합작 기획사(라포네엔터테인먼트)까지 설립해 JO1과 INI의 활동을 기획·관리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에서 아깝게 탈락한 참가자들로 꾸려진 OCTPATH(옥토퍼스)등 일명 ‘파생 그룹’까지 탄생한 걸 보면, CJ ENM의 K팝 시스템 수출이 적잖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임희석

임희석

임희석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IP사업국장을 지난 16일 ‘케이콘 2022 재팬’ 마지막 공연 준비가 한창인 현장에서 만나 일본 내 K팝 인기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일본에서의 K팝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말해 달라.
“마치 K팝이 일본 음악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보도되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찐팬’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K팝이 보편적·대중적으로 확장된 건 아니다. 일본 음악시장은 다양성이나 규모 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크다. 다만 K팝만의 트레이닝 시스템에서 나오는 칼군무, ‘헤메스’(헤어·메이크업·스타일) 등 소위 ‘K팝 DNA’가 일본 시장에서 갖는 차별화 포인트는 분명 존재한다. 최근에는 일본 팬들이 한국식 팬덤 문화까지 따라가고 있다. 과거 일본 팬들은 조용히 앉아서 응원하는 문화였다면, 요즘에는 자신들의 요구를 기획사에 적극적으로 전달한다. 콘텐트가 만족스럽지 않다거나, 콘서트 DVD를 발매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른바 ‘K팝 DNA’,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갖추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음악 작업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한국 스태프들이 담당한다. 멤버들이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한국에 들어오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출국이 어려웠을 때는 원격으로 디렉팅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국 아이돌을 프로듀싱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

일본 현지에 K팝 체계를 이식하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더구나 일본 아이돌 업계는 유독 폐쇄성이 짙고, 아이돌 문화도 한국과 다르기로 유명하다. 임 국장은 “일본은 음악 산업 인프라나 밸류 체인이 이미 견고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현지 사업자를 잘 만나는 게 중요했다”고 돌이켰다.

요시모토흥업과 합작한 이유는.
“일본은 시장성 높은 지역이지만, 일본 내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역량은 우리에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요시모토흥업은 K팝 DNA를 탑재한 콘텐트 제작 역량이 부족했다. 각자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꿔줄 수 있기에 역할 분담도 명확하게 됐고, 제대로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의 K팝 현지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앞으로 K팝 산업이 가야 할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다만, 오디션을 통해 데뷔시키는 방식이 일본에서 범람하고 있는 부분은 우려스럽다. 유사한 시도가 반복되면 서로 충돌이 날 수도 있고 시장이 일찍 식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균형을 맞출 필요성을 느낀다.”
K팝의 해외 현지화를 위한 다른 구상도 갖고 있나.
“시장이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현지화 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케이콘으로 사업 기반을 만들어 놓고,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으면 주저 없이 들어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