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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형제라 부른 사람들에 배신감"…"李, 대장동 결정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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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측이 대장동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이름을 수차례 언급하며 당시 성남시 윗선 책임론을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성남시장이 최종 결정권자 아니냐”며 대장동 사업의 책임을 이 대표에 돌리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검찰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지난해 4~8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에도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측 “성남시장 지시 내려온 것인가”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59차 공판에서 정 회계사에게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최종 결정권자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다. 변호인은 먼저 2015년 2월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황무성 당시 공사 사장에 관해 “황 사장이 어떻게 퇴사했는지 듣거나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황 사장이 건설사를 추천해서 사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를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했다”고 발언한 걸 상기하며 이런 문답을 이어갔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공사뿐 아니라 성남시도 관여했겠다고 기억나는 사실관계가 있느냐.”
▶정 회계사=“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건설사를 열심히 알아봤는데 느닷없이 스톱(stop·정지)시킨 기억이 있다”
▶변호인=“아 그래요? 그러면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입장에선 건설사도 컨소시엄에 포함될 수 있겠다고 해서 미리 알아봤다는 것 아닌가.”
▶정 회계사=“건설사도 체크했었다. 금융사 쪽으로 확정됐으니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 대목에서 변호인은 ‘성남시장’이란 단어를 다시 꺼냈다.

▶변호인=“결과적으로 금융사로 한정하고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 과정에서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유 전 본부장이 의견을 듣고 성남시에 피력해 승인된 것인가, 아니면 성남시청 차원에서 성남시장의 지시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것인가.
▶정 회계사=“그때는 몰랐다.”
▶변호인=“지금은 아느냐. 그러면 무엇이냐 지금은.”
▶정 회계사=“위(성남시장)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영학에 “최종 결정권자 성남시” 몰아세운 유동규 측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공원(1공단 공원화 사업) 하나만 하면 다른 건 알아서 해’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고 유 전 본부장이 말했다는 걸 남 변호사로부터 듣지 않았느냐. 그러면 시장이 정한 것이지 어떻게 유 전 본부장이 힘을 썼다고 진술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화천대유 몫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이 상향된 것과 관련해선 “용적률 결정은 (성남)시에서 하는 것 아니냐”며 “최종 결정권자는 성남시인 걸 아느냐”고 정 회계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시장 얘기는 한두 번만 들어서 그렇게 답했다. 유 전 본부장 정도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했다”고만 말했다.

이어진 증인신문에선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성남시가 (민간사업자 측 당초 선호하던) 혼용 방식이 아닌 수용 방식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사업자 선정 기회가 있다고 믿은 건 막연히 유 전 본부장이 도와줄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에 더해 정(진상) 실장, 다른 분들까지도 설득이 된 것으로 제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하면서다. 그는 “(김만배씨가) 정 실장이나 김용 (성남시)의원이나 이런 분들하고도 협의해 왔다고 들어서 저희가 선정되지 않겠냐고 했다”고도 했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이 도와주기 때문이 아니라 정진상 실장과 협의했기 때문에 성남시 측이 해줄 것이라고 기억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말했다. “설득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설득의 대상은 누구라고 이해했느냐”는 물음엔 “그건 (성남)시인 것 같다. 어떤 담당 내지는 인허가권자”라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이 설득할 정도의 상급자라면 막힌 곳이 정진상 실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이라고 인식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그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의리하면 ‘장비’ 생각…형제라 불렀던 사람들에 착각”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공판 및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과거와 태도를 달리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공판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착각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했다. 누구에 대한 착각이냐는 질문에는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이라며 “함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원래 어려울 때 진면목을 본다고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공판 휴정 시간에도 기자들에게 “감옥 안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1년을 참아왔다”고 한 그는 “나와 보니까 깨달은 것이 많았다. 진짜 형들인 줄 생각했다”며 “의리하면 또 장비(자신을 지칭)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마음이 평화롭고 홀가분하다”며 “이젠 사실만 갖고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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