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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진심으로 사과”…고개 숙인 카카오 김범수, 박성하·이해진도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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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들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고개를 숙였다. 김 센터장은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과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성하 SK C&C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서비스 장애에 관해 일제히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범수·이해진 출석한 국감 

과방위 국감 증인석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한 정보통신(IT) 기업 주요 관계자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국감서 곤욕을 치른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 하지만 개발자 출신 창업자이자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만큼 초유의 서비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증인석에 올랐다.

사태 발생 후 9일 만에 직접 해명에 나선 김 센터장은 “처음 수익을 내는 시점부터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2018년 우선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그 기간이 4~5년은 걸리기 때문에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기업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목표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빨리 복구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하 SK C&C 대표는 “막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며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며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보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하고 SK그룹과도 관련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서비스에 일부 장애를 일으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SK C&C vs 카카오·네이버, 책임 공방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국회사진기자단]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GIO,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국회사진기자단]

데이터센터 화재를 인지한 시점 등에 대해선 SK C&C와 네이버·카카오의 주장이 엇갈렸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SK C&C에 화재 대응 매뉴얼이 있느냐”며 입주사에 대면 고지 했는지를 묻자 박성하 SK C&C 대표는 “화재 발생 직후인 15시23분부터 직접 고지했고 전화로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화재에 대해 SK C&C로부터) 사전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카카오도 SK C&C가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운영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은 “(화재 발생) 안내 메시지를 받기 전, 이미 2층에 있던 서버 1만6000대가 정전됐다”며 “정전 이후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료 이용자 보상 규모 400억"

카카오를 겨냥해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에 대한 질의도 빗발쳤다. 김범수 센터장은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혹은 그 이상 지급했다. 무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다”며 “피해를 받은 이용자나 단체를 포함해 협의체를 만들어 피해 보상 기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접수 현황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4만5000건이 접수됐다”며 “간접 피해가 많아 액수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플러스, 선물하기 등 유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안 규모도 공개됐다. 홍 대표는 "1차로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 예상액이 얼마냐"는 무소속 박완주 의원 질문에 "현재 집계된 규모는 4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무료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자체가 카카오 전체 서비스의 뿌리이고 출발점”이라고 지적했고,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카카오 먹통은 코로나처럼 전례 없는 재난”이라며 “전례 없는 보상을 하면 기업 이미지가 더 상승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 의원이 “2018년 KT 아연지사 화재 사례와 같은 일괄 보상 방식을 검토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김 센터장은 “그런 부분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로 ‘김범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센터장은 “제가 (카카오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저 없이 돌아가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답했다.

플랫폼 독점 논란도

국감에선 플랫폼 독점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는) 독과점에 의한 시장 실패”라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고 원인을 분석해 필요한 제도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어발식 자회사 확장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데이터 센터 이중화 등에 소홀했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 기업으로서 리스크 관리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플랫폼 기업의 속성에 따라 필요한 벤처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이었다”며 “부족한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네이버-성남FC 후원금 논란은

한편 권성동 의원은 이해진 네이버 GIO에게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가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제지를 당했다. 권 의원이 “성남FC에 바로 40억원을 주면 되는데 중간 업체를 끼워 돈이 흘러가게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정 위원장이 이 GIO에게 “답변하지 말라”고 멈춰 세운 것.

현재 네이버는 성남FC에 대한 후원금 우회 지원을 통해 제2사옥 신축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성남FC 구단주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권 의원이 “이재명 대표와 연관이 있어서 질문을 못하게 하냐”고 말하자 정 위원장은 “카카오 먹통사태 관련해서만 질의하기로 간사 간 합의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감 불출석을 통지한 최태원 SK 회장을 상대로 상임위 차원의 검찰 고발 또는 동행명령 조치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 회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살펴봤지만 한마디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며 “지금 서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당장 국회로 출석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은 오후 8시 30분쯤 국감장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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