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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이어지는 강제징용 협의…‘재단 배상’엔 공감대, 각론은 ‘이견’

중앙일보

입력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협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이 아닌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는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협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이 아닌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는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협의가 각론 단계에서 공전하며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달 한·일 약식 정상회담과 지난 11일 한·일 국장급 협의 등을 거치며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별도 기구를 활용한 대위변제식 방안이 현실적 해법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본 기업이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겠단 의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우회 변제’ 뿐이란 게 한·일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만 배상금 변제를 위한 기금 출연 주체와 조건·방식 등 각론에 대해선 상호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과 함께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 역시 기금 출연에 동참해야 피해자를 설득할 최소한의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측은 피해자 배상을 위해 일본 기업의 출연을 강제할 경우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日 기업 참여, 사과' 놓고 한·일 이견 

지난 9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를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9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를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 공동취재단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한국의 재단이 대납하는 방안에 대해 한·일 양국이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했다는 지난 23일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외교부가 “특정한 하나의 방안을 놓고 일본과 협의하고 있지 않다”는 반박성 입장을 발표한 것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다. 해당 교도통신 보도에는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명시했다. 이는 일본 측에 ‘한·일 기업 공동의 자발적 출연’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던 한국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실제 정부는 한·일 국장급 협의 등 주요 계기마다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 왔다. 이는 한국 측이 대법원 판결의 직접 이행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일본 역시 일본 기업의 기금 출연과 강제징용 피해 사실에 대한 적절한 방식의 유감 표명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자 분들의 요청사항을 정확히 파악해서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피해자들도 전부 동의할 수 있도록 해결방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대법원 판결을 우회해 ‘병존적 채무인수’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를 떠안은 정치적 결단이고,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발 양보한 결정”이라며 “강제징용 문제는 결국 한·일 모두 한 발씩 양보해야 하는데, 아직 일본 측에선 의미 있는 ‘양보 제스쳐’가 나오지 않아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일 외교차관 협의서 '조율' 가능성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오는 25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3국 외교차관 협의를 게기로 한일 외교차관은 별도의 협의를 갖고 강제징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7월 조 차관이 주재한 강제징용 민관협의회. 외교부 제공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오는 25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3국 외교차관 협의를 게기로 한일 외교차관은 별도의 협의를 갖고 강제징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7월 조 차관이 주재한 강제징용 민관협의회. 외교부 제공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오는 25~27일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해법 도출을 위한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방일 기간 예정된 한·일 외교차관 협의와 일본 고위 인사 예방 등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행’을 우회하면서도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금 출연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 양국의 강제징용 문제 협의가 진정한 해법으로 거듭날지, 의견 충돌로 인한 협의 무산으로 귀결될지는 일본이 보다 진전된 자세로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서는지에 달려 있다”며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강제징용 문제는 영영 풀 수 없는 과제로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만큼 이번 한·일 차관협의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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