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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드론 제재' 받은 이란…가스터빈 40기, 러시아에 수출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에 군사용 무인기(드론)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서방의 추가 제재 선상에 오른 이란이 23일(현지시간) 자국산 가스터빈의 러시아 수출 소식을 발표했다. 반미라는 공통의 노선을 걷는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분야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헤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뉴스1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헤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뉴스1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자 누샤디 이란가스엔지니어링개발회사(IGEDC) 최고경영자(CEO)는 “가스 산업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의 85%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는 이란은 그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 러시아와 가스터빈 40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란의 산업적 성공은 드론과 미사일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정확한 계약‧인도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특히 가스터빈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주장해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이날 누샤디 CEO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가스 시장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려는 의도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을 광범위하게 늘렸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가스관 폭발을 통해 효과적으로 최대의 수출 경쟁국을 제거했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 사고의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는 취지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란군의 군사 훈련 중 군함에서 군사용 드론이 사출되는 모습. 사진 이란 국방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란군의 군사 훈련 중 군함에서 군사용 드론이 사출되는 모습. 사진 이란 국방부

이란의 가스터빈 수출을 통해 양국은 군사 분야를 넘어 양국 경제의 핵심인 자원 분야에서도 교류를 강화하게 됐다.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 이란을 방문해 400억 달러(약 57조5440억원) 규모의 현지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결정했으며, 같은 달 이란 테헤란 증권거래소는 루블(러시아 통화)-리알(이란 통화) 거래를 개시했다. 올해 3~9월 양국의 무역 규모는 약 12억 달러(약 1조7258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30% 정도 늘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20일 이란이 러시아에 샤헤드-136 자폭드론 등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관련 관련자 3명과 1개 단체의 자산을 동결했다. 이란 정부는 드론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이미 1750대에 달하는 이란제 드론이 러시아에 전달됐다.

이와 관련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은 멀어진 서방과 러시아의 사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란은 둘의 사이가 멀어질수록 이란의 기회가 커진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협력을 통해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 가입이 결정됐으며, 숙원 사업인 러시아산 수호이(Su)-34 등 신예 전투기 도입 등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의 정치경제 분석가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양국 모두 석유와 가스 등이 주요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교역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군사 분야에선 협력이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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