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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신는 '자산 1조' 42세 수낵…영국 첫 '非백인 총리'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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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42) 전 영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보수당 대표 단독 후보로 등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명만 출마하면 바로 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79대 영국 총리 자리에 오른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155명 지지’ 수낵, 총리 선출될 듯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런던 도심의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런던 도심의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보수당 의원 155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유일하게 당 대표 경선 출마 후보 등록 요건인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수낵 전 장관과 2파전이 예상됐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불출마 선언을 했다. 완주하기로 한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확보한 지지의원이 30명 미만이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24일 오후 2시·한국시간 24일 오후 10시)까지 후보자가 한 명일 경우 다른 절차 없이 경선 결과를 확정하기로 해서 수낵 전 장관이 바로 총리가 될 수 있다. 앞서 지난 20일 보수당 측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 정책 후폭풍으로 44일 만에 사임하자 내각 안정을 위해 ‘스피드 경선’을 하기로 했다. 수낵 전 장관으로 24일 총리가 확정되면, 트러스 전 총리 사임 4일 만에 새로운 총리가 탄생한다.

수낵 전 장관이 당선되면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폴이 취임한 1721년 이래 301년 만에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된다. 그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다. 1980년 5월생, 만 42세인 수낵 전 장관은 지난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울 전망이다. 영국 역대 최연소 총리는 1783년 24세 나이에 임명된 윌리엄 피트다.

경제 위기 해결해 보수당 회생시킬까 

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트러스 전 총리가 내놓은 감세 정책 후폭풍을 수습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물가상승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는 23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고, 내가 총리가 돼 영국 경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경제학),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수낵 전 장관은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 등에서 근무한 금융인 출신이다. 지난 2020년 2월 재무장관에 취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9월 당 대표 경선에선 트러스 전 총리와 정반대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인상하고, 국민보험(NI) 분담금 비율을 1.25%포인트 인상하는 등 증세를 추진하려고 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뒤집었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텔레그래프 기고문에 "수낵 전 장관은 자금 대책이 없는 감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경제 위기를 수습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수낵 전 장관도 정치 경험이 부족해 트러스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수낵 전 장관은 하원의원 경력이 7년, 내각 장관 경력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대내외에서 발생하는 여러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폭넓은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중지란에 빠진 보수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약 6년 동안 보수당 소속 총리가 4번이나 낙마했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총리를 압박하고 교체하면서 보수당 내에 분열이 생겼고, 영국인들의 신뢰도 뚝 떨어졌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19%) 지지율은 노동당(56%)의 3분의 1에 그쳤다. 가디언은 "보수당은 수낵 전 장관이 경제 문제를 해결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2025년 총선에서 노동당에 승리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조원대 부자, 서민 반감 극복해야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16일 영국 북동부 티사이드의 건설현장을 방문할 때 명품 프라다 신발을 신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16일 영국 북동부 티사이드의 건설현장을 방문할 때 명품 프라다 신발을 신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수낵 전 장관이 일반 서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수낵은 의사 아버지, 약사 어머니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금수저다.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억만장자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 악샤타 무르티와 결혼해 부부의 총자산은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910억 원)에 달한다. 총리가 되면 ‘전 세계 국가 수반 중 가장 부자’란 수식어를 얻을 수 있다고 NDTV가 전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노동계층 친구들은 없다"는 발언과 물가상승 억제를 주장하는 연설 때나 건설현장을 찾아갈 때 명품 프라다 신발을 신고 가는 등의 행동으로 일부 영국인들에게 반감을 샀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수낵 전 장관을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들도 그가 서민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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