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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큰 사고쳤다"…與 지도부도 꾸짖은 '레고랜드 사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 7월 8일 강원 춘천시 도청광장에서 열린 제28회 강원도민의날 기념식 및 제39대 강원도지사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 7월 8일 강원 춘천시 도청광장에서 열린 제28회 강원도민의날 기념식 및 제39대 강원도지사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지사가 쏘아올린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6·1 지방선거 이후 중앙 정치 무대에서 별달리 언급되지 않던 김진태 지사도 덩달아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정부가 회사채와 단기 자금시장의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발표한 다음날인 24일 여야는 공개 회의에서 일제히 이 문제를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 지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계는 물론이고 기업도 줄도산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채무 불이행을 하겠다고 해서 경제 위기, 자금 경색에 기름을 부었다”며 “안 그래도 자금 시장이 건들면 터질 상황인데 왜 이런 위험한 정치적 행위로 자금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그러고는 “경제에 대한 관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정쟁을 위해서라면 경제 정도는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말 참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의 전임자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를 겨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원도 재정자립도 올해 기준 24.7%에 불과하고,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라며 “이런 재정상황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전임 최문순 도지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김 지사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나비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이제 우리가 집권하고 도정을 맡으면 결과 나쁜 것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레고랜드 사태 문제를 언급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레고랜드 사태 문제를 언급했다. 뉴스1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김 지사 책임론에 불을 붙이는 야당과 달리 여당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국민의힘 의원은 “김진태 지사가 정말 큰 사고를 쳤다”면서도 “본인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닐 테니 우리로서는 참 뭐라고 하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도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해서 전임 시장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던 걸 김 지사가 따라 하려 했던 것 같다”며 “물이 99도까지 끓고 있는 상황에서 열을 조금 더 보탠 게 터져 버린 상황이라 김 지사만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에 대한 글을 적으면서도 “레고랜드만 부도 내고 강원도는 무사한 방법은 애당초 없다”며 비교적 온건한 비판을 내놨다.

경제학자 출신 유승민, “레고랜드 부도 내고 강원도 무사한 방법 애당초 없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 산하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자금 조달을 위해 2020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지만 부도 처리가 되면서 촉발됐다. 강원도가 이 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 보증을 섰지만 갚아주는 대신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내겠다”고 발표한 게 채권시장의 ‘신뢰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시그널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자가 급격히 줄면서 자금 흐름이 막히는 일종의 ‘돈맥경화’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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