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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축제 대박낸 이 남자…30년뒤 '빵빵데이'에 승부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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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영화속 머드 목욕장면에 착안해 축제 만들어

[2022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머드박람회)에는 1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성공한 국내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머드 화장품 등 머드 산업 관련 전시관과 머드 마사지·목욕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인기를 끌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지난 21일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뚜쥬루과자점에서 각종 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빵빵데이'를 여는 등 빵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지난 21일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뚜쥬루과자점에서 각종 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빵빵데이'를 여는 등 빵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머드박람회 모태는 대천해수욕장에서 1998년 이후 해마다 열리는 머드축제다. 머드축제에는 해마다 150만명 이상 찾는다. 또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몇 안 되는 한국의 축제로 꼽힌다.

머드축제는 박상돈(71·국민의힘) 천안시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1994년 3월 대천시장에 부임한 그는 보령 지역 136km의 해안에 매장된 갯벌(머드·Mud)을 활용하면 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그해 5월 관사에서 미국 영화 '플레이어(Player.92년작)'를 봤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호텔 머드탕에서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목욕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순간 "바로 저거다" 하며 무릎을 쳤다.

대천해수욕장 머드(진흙)가 자원 
박 시장은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해수욕장 개발 담당 직원을 불렀다. 그에게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며 "머드로 이벤트를 여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머드 화장품과 머드체험시설 등이다. 이어 1998년부터 머드축제를 열었다.

보령 머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보령 머드축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대박' 상품인 '머드축제'를 만든 박 시장이 이번에는 빵에 승부를 걸었다. 천안지역 특산물인 호두과자에 착안해 빵 산업 발전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머드를 히트 상품으로 만든 지 거의 30년 만이다.

천안에서는 1934년부터 호두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경주 황남빵(1939년), 군산 이성당(1945년), 대전 성심당(1956년)보다 오래됐다. 인구 66만 명인 천안에 빵집이 360여 개나 되는 것도 호두과자 영향이 크다.

호두과자 재료나 제조과정은 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밀가루 반죽 노하우 등이 쌓이면서 빵집도 곳곳에 등장했다. 천안지역 전체 빵집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이다. 어느새 호두과자를 제치고 '빵의 도시'가 됐다.

박 시장은 이런 도시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9~10일 ‘2022 천안 빵빵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일은 ‘0(빵)’이 두 번 겹치는 10월 10일로 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전국에서 5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가장 인기를 끈 건 빵지순례였다. 100곳의 빵집을 돌며 맛보고 체험하는 순례단은 100팀 모집에 2400여 팀(7000여 명)이 신청했다. 가족 단위부터 친구·연인까지 다양했다. 박 시장은 이들과 함께 빵집을 다니며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했다.

머드축제 한 장면. 피서객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체험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머드축제 한 장면. 피서객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체험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빵빵데이' '빵의 도시 천안' 상표출원 

천안시는 지난해 ‘빵빵데이’와 ‘빵토피아’(로고 포함) 상표 출원, 등록을 마쳤다. 천안에는 72시간 저온 숙성한 바게트와 통밀빵을 비롯해 오리지널 호두 범벅, 먹깨비 호두빵, 곰보빵 호두빵, 떡먹은 호두빵 등 인기 상품이 많다.

천안에서 생산하는 밀과 팥·호두를 활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면 빵집은 물론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박 시장은 보고있다. 박 시장은 “지역 농산물로 건강한 빵을 만들고 농가 연계 사업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며 “전국 우수 빵집을 벤치마킹해 강소 제과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이 빵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2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뚜쥬루과자점에서 국민 간식 천안 호두과자와 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박상돈 천안시장이 빵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2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뚜쥬루과자점에서 국민 간식 천안 호두과자와 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0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올해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충남 지역 시장·군수에도 인기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자치단체장은 박상돈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동일 시장은 지난 7월 시장·군수 회의 때 박 시장에게 협의회장 직을 제안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9년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 시장은 군인(육군 장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육사(28기)를 졸업한 그는 대위로 예편한 뒤 사무관(5급)으로 행정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유신 사무관은 1970~80년대 유능한 군인을 행정관료로 발탁하던 제도다.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충남도로 자리를 옮겨 대전시장 등 3차례 관선 시장(군수)과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또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7월 16일 열린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서 박상돈 천안시장(두번째 줄 맨 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앞줄 가운데)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상돈 시장은 1994년 대천시장 당시 머드 관련 제품을 만들고 보령머드축제의 기반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 대통령실]

지난 7월 16일 열린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서 박상돈 천안시장(두번째 줄 맨 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앞줄 가운데)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상돈 시장은 1994년 대천시장 당시 머드 관련 제품을 만들고 보령머드축제의 기반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 대통령실]

박상돈 "K-컬처 세계박람회 열겠다"

박 시장은 내년 8월 K-컬처 박람회를 시작으로 2026년 K-컬처 세계박람회 개최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천안은 유관순·이동녕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데다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이 있는 도시”라며 “이런 인프라를 살려 대규모 국제 박람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는 케이팝(K-POP)을 비롯해 영화·드라마·웹툰·패션·뷰티 등 한류 콘텐트를 담은 전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박람회를 통해 천안을 한류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앞줄 가운데)이 청소년들과 메타버스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천안시]

박상돈 천안시장(앞줄 가운데)이 청소년들과 메타버스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천안시]

박 시장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년간 668개의 기업을 유치한 그는 “앞으로 4년간 13개 산업단지와 3만9000여 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철과 시내버스 환승 체계 구축

박 시장은 그동안 교통 시스템 개선과 인프라 구축에 성과를 냈다. 올해 3월 19일부터 수도권 전철과 천안 시내버스 환승 때 전철 기본요금을 할인받는다.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결된지 17년만이다. 비수도권 지자체 최초로 심야버스 운행도 시작했다. 고질적인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2027년까지 국비 1조원을 투입, 외곽순환도로 4개 사업(30㎞)도 건설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교통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 문화 활성화 등으로 천안을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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