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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해법이 M&A 옥죄기?…스타트업 말려죽일 판 [팩플]

중앙일보

입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투자도, 상장도 막혔는데 이젠 인수·합병(M&A)까지 막히는가…”

자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지켜본 스타트업계의 탄식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톡 사태 이후 제도 개선’이라며 플랫폼의 M&A 심사를 강화한다는 대책을 냈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거대 플랫폼을 견제한다는데 왜 스타트업들이 우려할까.

무슨 일이야 

공정위는 21일 “카카오 사태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측면 있다”며 “심사 기준을 높여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 M&A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 여야 의원들은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카카오 계열사가 몇 개인지 아느냐”, “독과점 감독은 하느냐”라고 질책했고, 한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M&A를 일반심사로, 지금보다 엄격하게 하겠다”고 했다. ‘기업결합 심사기준(공정위 고시)’도 개정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지

카카오·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M&A를 공정위가 엄격하고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일반 심사’와 ‘간이 심사’로 나뉜다. 동종업계 경쟁사(수평형 결합)나 원재료 공급업체(수직형 결합)를 인수하는 경우, ‘일반 심사’ 대상이다. 일반 심사는 시장 영역을 정의하고(시장 획정) 점유율 등을 계산해야 하기에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DH)-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를 심사하는 데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최근 5년간 카카오가 신고한 기업결합의 85.4%은 간이심사로 승인됐다(공정위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동종업계 경쟁사나 공급망 업체 인수가 아닌 다른 분야 기업(혼합형 결합) 인수여서다. 게다가 중소 규모(자산·매출 300억 이하) 스타트업 인수는 심사 면제 대상이다. 이는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이종(異種) 혼합형 기업결합’도 일반 심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스타트업의 비명 : ‘창업 생태계는?’

카카오·네이버 같은 플랫폼은 국내 스타트업을 제값 주고 인수하던 몇 안 되는 회사였다. 이들의 M&A를 규제하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순환이 마비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스타트업 투자가 줄고 증시 불황으로 기업공개(IPO)도 어려운 시기라 고민은 더하다.

① 출구(exit) 실종
M&A, 기업공개, 지분(구주) 매각. 스타트업의 엑시트(exit) 방법들이다. 엑시트란, 스타트업 투자자·창업자가 이익을 실현하도록 회수하는 과정이다. ‘창업 → 투자→ 성장 → 엑시트 → 재창업/재투자’는 최상의 공식. 실리콘밸리 ‘페이팔 마피아’에서 보듯, 엑시트한 창업자가 그 돈으로 다시 창업하는 ‘연쇄 창업’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운다. 한국의 연쇄창업가로는 네이버에 첫눈을 매각한 뒤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세운 장병규 의장이 대표적이며, 아래 세대에는 김준환(올라웍스→ 스트라드비젼) 대표와 김동호(오픈서베이→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등이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엑시트의 97%가 M&A인데 반해 국내에선 그 비율이 0.5%에 불과했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1). 사주는 곳이 없어서다. 이렇다 보니, 역대 정부 모두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8개 부처가 ‘세계 4대 벤처 강국 도약을 위한 합동 대책’을 내고, 그 일환으로 M&A 세재 혜택을 늘리겠다고 했다. 공정위의 이번 M&A 규제안은 이에 역행하는 셈.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1, 2위 사업자 간 독점 형성을 위한 M&A와 스타트업 인수는 구별해서 봐야 한다”며 “M&A 출구가 막히면 스타트업들이 말라 죽는다”고 말했다. “시장은 정부의 시그널에 민감하기에, 플랫폼 기업 외의 M&A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② 스타트업 인수 대신 ‘베끼기’ 택할 수도
플랫폼의 스타트업 M&A를 규제해 사업 확장을 막는다는 것,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라고 본다. 제값 주고 스타트업을 사는 대신, 베껴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는 꼼수로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대기업의 중소기업 베끼기’가 오래된 공정 화두 중 하나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카카오의 M&A는 계열사 수를 늘렸지만, 록앤올(김기사)·키즈노트·크로키닷컴(지그재그)·그립 같은 국내 스타트업에 엑시트 길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 익명을 원한 한 IT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계열사 수가 적어 ‘문어발’ 비판을 덜 받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유사 서비스를 만들어 내놓는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지적 : ‘공정위가 사업 정해주나?’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 획정’에 주목한다. 공정위의 일반 심사는 시장획정·시장집중도·경제분석 등을 따져 경쟁 제한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 M&A로 인해 독점 기업이 탄생하는지,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지 등을 보는 것. 시장 획정이란 이걸 따지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느냐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DH-배민 결합 심사에서 이들의 시장을 ‘음식 배달 앱’으로 봤다. 그랬더니 점유율을 따져 볼 업체는 배민·요기요·쿠팡이츠·위메프오·배달통 정도로 좁혀졌다. 예약·주문·선물하기 등을 갖춘 네이버·카카오가 배달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배제됐고, 쿠팡이츠의 급성장 역시 당시 공정위의 계산에는 없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의 M&A마다 공정위가 시장을 획정한다면, 플랫폼 사업이 나아갈 경로를 지정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정위의 임의적 판단이 디지털 경제 전체를 좌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이 카카오톡 사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가 플랫폼의 힘을 남용했다기보다는 기술 대응을 잘못한 것”이라며 “사실 공정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장은 “카카오 계열사들이 카톡 로그인에 의존한 게 문제이지, M&A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해외의 규제 사례는

해외 경쟁당국도 거대 플랫폼의 M&A를 규제하려 한다. 빅테크 기업이 잠재 경쟁자를 인수하는 행위를 금지한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안'이 지난 1월 미국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표결 일정은 불투명.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의 M&A 규제를 만난 메타. 사진 AP=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의 M&A 규제를 만난 메타. 사진 AP=연합뉴스

M&A 규제를 정통으로 받고 있는 건 메타(구 페이스북).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반독점법 위반(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 건) 소송 중이다. 최근 FTC는 메타의 VR 피트니스 스타트업 '위딘'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메타가 이미 VR 스포츠 서비스를 하고 있어, 동종업계 내 인수라는 것.

최근 메타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반대 때문에 4억 달러에 사려던 ‘움짤’(gif 파일) 플랫폼 지피 인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CMA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도 반대하는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들이 한기정 위원장에게 “해외에서도 한다”, “우리가 규제에서 앞서가라” 질책한 배경이다.

단, 규모나 배경 등 결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유효상 원장은 “미국 FTC는 구글·아마존·메타 같은 초거대 플랫폼 몇 개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영국 CMA의 규제는 미국 국적 빅테크를 견제하는 차원”이라며 “우리 정부의 자국 플랫폼 규제 시도와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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