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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샹젤리제 거리도 만든다…오세훈 '572억짜리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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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회대로 상부 공원화사업 국제현상설계공모전 당선작 그래픽. 사진 씨토포스

국회대로 상부 공원화사업 국제현상설계공모전 당선작 그래픽. 사진 씨토포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용산구 노들섬까지 이어지는 수 킬로미터 길이 녹지 공간으로 완전히 바뀐다. 서울 강서·양천·영등포구를 가로지르는 도로에도 대형 공원이 들어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8구역을 방문해 이런 내용이 담긴 새로운 서울 도심 녹지조성 구상을 발표했다. 파리시는 파리8구역의 샹젤리제 거리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 녹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佛, 샹젤리제~콩코르드 광장 녹지 꾸민다

서울시 국가상징거리 조성 계획. 그래픽 박경민 기자

서울시 국가상징거리 조성 계획. 그래픽 박경민 기자

파리의 새로운 녹지 사업구간은 하루 6만대 이상 차량이 달리는 8차선 도로다. 하지만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지난 2020년부터 2억5000만유로(3300억원)를 투입해 차로를 4차선으로 축소하는 대신 대형 공원·녹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가 매연·소비의 중심지로 전락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파리8구역에 착안해 이날 서울 국가상징거리 조성사업을 발표했다. 종로구 광화문광장부터 용산구 서울역·용산정비창 부지를 거쳐 한강·노들섬까지 이어지는 7㎞ 거리를 샹젤리제 거리처럼 녹지·생태 가로로 재편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숭례문을 거쳐 서울역에 이르는 1.5㎞ 구간에 ‘세종대로 사람 숲길’을 조성한 바 있다. 기존 9~12차로가 7~9차로로 줄어들면서, 서울광장 면적의 2배가 넘는 보행공간을 확보했다. 나아가 서울역~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5.3㎞도 차로를 축소(6~9차로→4~6차로)하고 보행로 폭을 최대 1.5배 확장할 계획이다.

韓 상징하는 문화·역사공간으로 만든다 

서울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를 가로지르는 도로에 대형 공원이 들어선다. 사진은 국회대로 중 녹지로 바뀌는 구간. 사진 씨토포스

서울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를 가로지르는 도로에 대형 공원이 들어선다. 사진은 국회대로 중 녹지로 바뀌는 구간. 사진 씨토포스

이 길을 ‘국가상징거리’로 명명한 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역사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서다. 역시 파리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파리8구역 8㎞ 구간의 직선대로를 걷다 보면 루브르궁전→콩코르드광장→샹젤리제거리→개선문 등 프랑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을 줄줄이 만날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혁명 기념일마다 진행하는 군사 퍼레이드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이클 대회 ‘뚜르 드 프랑스’ 결승점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종 문화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한국도 주요 문화유산이 도심에 집중해 있다. 세종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대한문·덕수궁·숭례문이 자리 잡고, 광화문광장을 넘어서면 경복궁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처럼 대한민국 역사가 숨 쉬는 유적을 살려 2030년까지 역사·문화를 함축한 도심 녹지 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파리는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르드 광장을 녹지화하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의미가 퇴색한 국가 정체성을 회복했다”며 “국가상징거리 역시 서울의 역사성·공간특성을 살려 국가 정체성을 회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대로도 지하화…11만㎡ 공원된다 

프랑스 샹제리제 거리에서 아르노 엔가차 파리시 부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에게 파리 도심 녹지 조성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파리=문희철 기자

프랑스 샹제리제 거리에서 아르노 엔가차 파리시 부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에게 파리 도심 녹지 조성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파리=문희철 기자

나아가 서울시는 서울 녹지 확보를 위해 도시 공간 자체를 통째로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선 572억7100만원을 투입해 양천구 신월IC부터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교차로까지 7.6㎞에 달하는 왕복 8차선 도로(국회대로)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국회대로 서쪽은 경기·인천을 잇는 경인고속도로와 이어지고, 북쪽은 강서구 신월동·화곡동과 양천구 목4동·목5동이, 남쪽은 양천구 신정동·목1동과 접하고 있다. 이 찻길 중 4㎞는 통째로 지하도로로 바꾸고, 나머지 3.6㎞는 차선을 축소한다. 이렇게 확보한 지상 공간을 11만㎡ 크기의 길쭉한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1만3207㎡)보다 8배 큰 규모다. 현재 기본계획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며, 2024년 6월 준공이 목표다.

2026년 길이 2000㎞짜리 녹지길 생긴다 

이 밖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 선형공원을 조성하는 숲·공원·정원 등 녹지를 연결하는 ‘초록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미 서울시에 조성된 1700㎞ 둘레길·가로숲길 사이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추가로 300㎞를 녹지로 조성하면 오는 2026년 총 2000㎞ 길이의 녹지길이 서울에 생긴다는 것이다.

안수연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은 “상당 부분 개발이 끝난 서울의 지리적 특성상 더는 대형 면적의 공원 공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샹제리제 거리를 벤치마킹해 가로 공간을 적극 활용해서 도심 녹지를 대거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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