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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제도,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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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입영 연기를 취소하고 입대를 발표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팬클럽 아미는 물론 국민 대부분이 진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BTS 병역특례 논쟁이 일단락됐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제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수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최정점은 1971년생이다. 당시 태어난 신생아가 104만 명이었다. 이후 신생아가 줄기 시작해 2021년 신생아는 26만 명에 그쳤다. 이중 남성이 절반이라 치면 군에 갈 수 있는 인원이 모두 간다 해도 13만 명을 넘지 않는다.

저출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인구학자들은 급속한 노령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한다.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가 지난해 0.81명에서 지난 2분기 0.75명으로 줄었다. 국가적 위기이자 비상사태다.

체육·예술 특기자 특혜 줄이고
과학기술요원 체계적 육성 필요
인재 활용, 동기 부여 고민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많은 국민이 우리의 병력이 여전히 60만 명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벌써 50만 명으로 줄었고 2030년까지 이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2022년 초 발표한 국방부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5년 후반기에는 35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현역 자원은 18만 명 정도인데, 급감하는 신생아 수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군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치권에서는 병역 기간을 더 줄이고 모병제를 선택하자는 선심성 주장이 반복된다. 병역특례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인구 절벽 상황임을 고려할 때 체육·예술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제도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러한 점에서 BTS 진의 결심은 좋은 선례가 됐다. 다만 젊은 입대자들이 군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또 첨단 AI 과학 국방 시대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요원을 군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탈피오트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엘리트 양성 부대로, 사회와 군, 대학과 기업이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협업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다. 이들은 경쟁을 거쳐 입대하지만 탈피오트 출신은 사회 진출이 보장될 정도로 진로를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임무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며 성과를 중시할 뿐, 복장 군기나 내무반 상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러시아도 과학중대를 운영한다. 전 세계 가장 많이 보급된 AK-47 소총도 현역 병사가 만들었다. 러시아는 우수 공대생을 입대시켜 군에서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특허와 기술이 군과 방산업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17개 중대가 클러스터링을 통해 지적 기술 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전원이 장교로 임관하고 7년간 복무하도록 특약이 맺어져 있다. 이들이 올해 7년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다. 다만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우리 군내 조직의 경직성이 심각하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

필자는 포항공대에서 한 학기 동안 공대생을 대상으로 ‘전쟁과 평화’라는 교양강좌를 열었다. 학생들과 해병대 1사단 상승대대를 방문해 수륙양용차를 타고 해변을 지나 바다 진입을 체험했다. 한 학생이 물이 새는 문제와 부력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장치 개발에 관심을 표시해 놀란 적이 있다. 군이 젊은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국방 개혁이다.

Z세대에게 봉급을 더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군이 사회와 떨어진 갈라파고스섬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백약이 무효이다. 모든 젊은이가 군에 가게 하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기회를 찾아주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병역특례제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