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불법 대선 자금 수수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이 연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죽겠다는 옥쇄 전략, 연환계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재명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그만 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장동 특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입법권을 자신의 범죄 은폐 수단으로 삼겠다는 얘기”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해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 리스크’가 있는 분이 대표가 돼 당 전체가 옹호에 매달리는 상황이 지금의 ‘정치 없는 국회’를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또 야당의 대장동 특검법 추진에 대해 “‘수사가 제대로 진행 중인데 특검을 요구하면 그 자가 바로 범인’이라고 말한 이 대표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갈라치려는 메시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은 바로 이재명 대표”라며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이재명 탄핵’이나 제대로 하시기를 진심으로 충언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대장동 특검법을 “이재명 개인 방탄용 특검”이라고 지칭하며 “대장동의 검은 돈을 받았다면 이 대표는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과 민주당을 기만한 이 대표의 ‘불법리스크’에 대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아무리 언급해 본들 번지 수가 틀렸다”며 “이제는 선택도 결단도 실행도 민주당이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12월까지 이어질 정기국회 일정은 정상운영이 힘들어 보인다. 당장 24일 국정감사에선 검찰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단독으로라도 국감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역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보이콧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에서 ‘비명계’ 중심으로 이탈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무대에서 내려 와달라”(김해영 전 의원), “개인으로부터 당이 전염되는 건 막아야 할 것 아니냐”(설훈 의원)라며 이 대표를 저격하는 내부 발언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정 농단에 대한 증거가 나오면서 차츰차츰 내부에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민주당이 같은 전철을 밟을 차례”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의 결백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에서도 강경일변도 투쟁보단 원내 대화에 무게를 두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