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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방치땐 횃불 된다"…尹퇴진 집회 때리는 與의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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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및 김건희 여사 특검 요구 촛불집회’의 모습. 뉴스1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및 김건희 여사 특검 요구 촛불집회’의 모습. 뉴스1

“광장에서는 정치인 여러분이 2선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중략) 시민의 윤석열 퇴진 요구가 여야 정쟁 문제로 축소·왜곡될 수가 있습니다.”

22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페이스북에는 같은 날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및 김건희 여사 특검 요구 촛불집회’와 관련해 이런 글이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용민 의원뿐 아니라 안민석·황운하 의원,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하자 “광장에서는 ‘시민 vs. 윤석열’의 구도여야 한다. 박근혜 퇴진 촛불 혁명 때에도 그랬다”며 훈수를 둔 것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이란 단체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 여명이 모였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황씨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시절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가 보은 인사란 비판을 받자 스스로 물러난 전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겨우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처럼 일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퇴진” 목소리가 나오자 여권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촛불집회 주도자들에게) 촛불이란 그 어떤 궤변도 정당화시키는 자기최면의 도구”라며 “‘사이비 배화교(拜火敎)’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배화교는 ‘불을 신격화해 숭배하는 신앙’을 의미한다. 같은 날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오늘(22일) 든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 권력에 눈이 먼 ‘사악한 욕심’”이라며 “국민들은 죄를 덮기 위한 촛불은 절대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與 “尹 퇴진 촛불집회는 사이비 배화교” “권력에 눈이 먼 사악한 욕심”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 예정된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도 집중 포격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 집회를 주최하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가 25살이란 점을 지적한 뒤 “중고생이 아닌 사람이 왜 중고생 단체의 대표를 하느냐. 과거 후배들 지도한다면서 서른이 넘도록 (대학) 졸업을 미룬 운동권과 겹쳐지는 모습”이라며 “게다가 (이 단체) 대표는 통합진보당 청소년 비대위원장 출신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했던 이석기 일당의 후예가 여전히 거리에서 정권 퇴진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서울시와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권 의원은 “국민 혈세가 정권 퇴진 운운하며 민주당 홍위병 노릇하는 운동업자에게 흘러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 집회의 주동자 이력을 언급한 뒤 “중고등학생의 탈을 썼지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중고(中古) 선동업자임이 탄로났다”며 “이 정치선동가는 중고등학생을 이용해 서울시와 여성가족부를 속여 지원금까지 타냈다”고 비판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회협의회’가 촛불집회 주관기관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동아리임을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며 “(지원금 신청 때) 계획서와 상이한 정치적 활동 등을 할 경우 지원비를 환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지원한 규모는 연간 125만원 정도다.

여권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업체가 ‘윤 대통령 탄핵’ 조사를 한 데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 〈‘尹 탄핵’ 여론조사 대표,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었다〉는 본지 보도가 나오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왜곡하고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여론조사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공표를 목적으로하는 정치 분야 여론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017년 2월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 추미애 전 대표. 중앙포토

2017년 2월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 추미애 전 대표. 중앙포토

여권이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건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집회와 박근혜 정부 때 탄핵 집회에서 촛불은 광장을 넘어 여의도로 진격했고 보수 진영은 엄청난 낭패를 겪었다. 지금도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수사망을 조일수록 민주당은 진보 단체들과 합세해 장외 투쟁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정권 초기에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 운운하는 것은 대선 불복이고 정권 뺏긴 것에 대한 분풀이”이라며 “국민들이 민주당의 거짓 선전선동에 흔들리지 않게 실상을 바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촛불을 방치하면 횃불이 돼서 돌아온다는 게 그동안 우리가 겪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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