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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보다 빠른 수낵, 128명 지지 확보…英 총리 24일 결정되나

중앙일보

입력

영국 차기 총리로 리시 수낵(42) 전 영국 재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르면 24일(현지시간)에 보수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제79대 영국 총리에 낙점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2일 런던 집에서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2일 런던 집에서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8명 지지’ 수낵, 이르면 24일 총리 선출

22일 BBC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보수당 의원 128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53명,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23명을 각각 확보했다. 현재까지 보수당 의원 357명 중 지지 후보를 밝힌 이는 204명이다. 아직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는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다.

이번 보수당 대표 경선에선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은 24일 오후 2시다. 존슨 전 총리와 모돈트 원내대표가 더 지지 받지 못한다면 수낵 전 장관만 후보로 등록된다. 존슨 전 총리 측은 이날 "100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했지만, 수낵 전 정관 측은 "신뢰하기 힘든 주장"이라고 했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까지 후보자가 1명뿐일 경우 다른 절차 없이 경선 결과를 확정하기로 해서 수낵 전 장관이 바로 총리가 될 수 있다. 수낵 전 장관이 당선되면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폴이 취임한 1721년 이래 301년 만에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된다. 그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다.

라이벌 존슨과 긴급 회동, 단일화 추진하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개트윅 공항을 나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개트윅 공항을 나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는 22일 밤에 긴급하게 양자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양측 모두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명이 총리를 맡고, 다른 한명이 내각의 고위직을 맡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내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라 누가 경선에서 이기든 반년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내 주요 인사들이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에게 단일화 협상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수낵 전 장관 측은 존슨 전 총리가 외무장관직을 맡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수낵 전 장관 측근은 텔레그래프에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면서 "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국내에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워낙 많아서 존슨 전 총리가 국제적인 분야를 맡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례상 존슨 전 총리가 장관직 제안을 수락할지는 확실치 않다. 영국 전직 총리가 그보다 직급이 낮은 장관직을 맡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1963년 10월부터 363일간 총리를 지낸 앨릭 더글라스-홈이 1970∼1974년 외무장관을 맡은 것이 마지막 사례였다.

존슨 전 총리는 다시 총리직을 맡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가 22일 급거 귀국한 후,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20일 퇴임 연설에서는 스페인어로 "하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Hasta la vista, baby)!"라고 했는데, 영어로 옮기면 ‘나중에 다시 보자’(See you later)로 풀이됐다. 언젠가 총리직에 다시 돌아올 것이란 각오로 보였다.

존슨 전 총리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수낵 전 장관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 7월 초 존슨 전 총리가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렸을 때 재무장관직을 내던져 존슨의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경선에서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존슨 복귀 반대 의원 "보수당 종말" 우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하지만 불명예 퇴진했던 존슨 전 총리가 두 달도 되지 않아 총리로 돌아오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 내 강경파 의원 12명은 존슨 전 총리 복귀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한 의원은 "당을 혼돈에 빠뜨렸던 장본인이 돌아온다면 조기 총선을 촉발할 수 있고, 보수당이 완전히 분열돼 종말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봉쇄령 때 술 파티를 벌이고 인사 관련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던 존슨 전 총리에 대한 민심도 험악하다. 스카이뉴스 방송은 존슨 전 총리가 22일 런던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에게 야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존슨 전 총리가 동료 의원 100명의 지지를 얻어 수낵 전 장관과 함께 후보로 등록된다면, 24일 오후 보수당 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된다. 이후 보수당 전체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8일 새 총리가 결정된다. 당원 상대 여론조사로는 팽팽한 승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영국인을 대상으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수낵 전 장관이 43%, 존슨 전 총리가 34% 지지를 얻었다.

한편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일으킨 감세 후폭풍을 해결하기 위해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트러스 전 총리가 내놨던 감세안을 모두 제거한 후에도 여전히 국가 재정에 400억 파운드(약 65조원)가량의 구멍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헌트 장관은 최대 200억 파운드(약 32조5000억원) 세금 인상을 고려하는데, 주로 고소득자가 그 부담을 지도록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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