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난 가고 싶지 않아요"…러 강제 입양되는 우크라 아이들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실로 대피해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실로 대피해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NYT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입양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전리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입양을 원치않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현지 가정에 입양된 우크라이나 소녀 아냐(14)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러시아로 이주했다. 아냐는 매체에 "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며 입양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부모와 떨어져 마리우폴의 결핵 환자 요양시설에 있던 아냐는 지난 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건물이 파괴되자 다른 아이들과 함께 탈출했다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자포리자로 향하는 앰뷸런스에 올랐다.

그러나 이 차량의 경로는 러시아군 검문소로 변경됐고, 결국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의 한 병원으로 보내졌다.

급하게 탈출하느라 엄마의 전화번호를 적은 스케치북을 잃어버린 아냐는 가족과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러시아 이주 대상이 됐다.

아냐는 양부모가 잘 돌봐준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돌아가고 싶다며 "난 러시아 시민이 되고 싶지 않다. 내 친구들과 가족은 여기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점령지에서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전쟁범죄일 뿐만 아니라 제노사이드(종족말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이주하는 과정은 강압, 기만, 폭력이 어우러진 고통스러운 절차였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고아나 집단 거주시설에 살던 아이들은 물론 친척이나 보호자가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도 강제 이주시켰다.

이러한 조직적인 어린이 재정착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취급하고 불법 침공을 마치 숭고한 목적의 작전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광범위한 전략 중 일부라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가 강제로 데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략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2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정부는 지난 5월 귀화 절차를 간소화해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신속하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출신 아이들이 처음으로 러시아 시민이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