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서 기생충 나왔다"…맥도날드, 합의 대가로 내건 조건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에서 발견된 기생충으로 추정되는 물질(붉은 원). 사진 독자 제공, 연합뉴스

경기 이천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한 햄버거 패티에서 기생충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나왔다는 민원이 접수돼 한국맥도날드가 조사에 나섰다.

22일 한국맥도날드와 구매자 A씨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이천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버거 속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40분쯤 이 매장에서 버거를 산 뒤 먹다가 기생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A씨가 구매한 버거는 생선살 패티가 들어간 버거다.

한국맥도날드는 이 접수건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로 불편을 겪은 고객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식재료를 공급한 파트너사와 함께 관련 내용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제품 내 이물질이 발견되는 경우 통상 환불해주고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해 성분과 발생원인 등을 조사하는데, A씨는 맥도날드가 버거 조각을 폐기할 것을 우려해 제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환불은 완료했으나 해당 제품을 회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회수가 불가능해 현재 이물질의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접수된 사진상으로는 기생충의 일종인 ‘고래회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료 공급업체가 생선 필렛을 생산할 때 검출기를 통해 고래회충, 미세한 가시 등 이물질을 식별하고 제거하지만, 이물질이 100%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류에서 발견되는 고래회충은 회나 초밥 등 날 것이나 덜 익힌 생선을 통해 인체에 들어올 수 있지만 60℃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고 알려졌다.

한편 A씨는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맥도날드에 알렸지만, 맥도날드가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를 요구했다고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에 대해 “고객이 몸에 불편함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내부 규정에 맞춰 통상적인 건강검진 비용을 1차적으로 제안 드렸으나 고객 거주지 인근의 종합건강검진 평균 비용을 반영해 변경된 금액으로 다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상 비용 제공 시 합의 동의서를 작성하게 되며 규정상 동의서에는 당사자 간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해당 과정이 고객에게 불쾌하게 인식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내부 규정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