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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로톡’ 공방중인데…의사·변호사 反플랫폼 연대 출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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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플랫폼 비즈니스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반(反) 플랫폼 연대가 출범했다. 법률·의료 등 전문성이 필요한 서비스 플랫폼은 공공화하거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 플랫폼 기업과 전문직 단체 간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건축사협회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 본관에서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플랫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사업자, 노동자의 피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건축사협회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 본관에서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플랫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사업자, 노동자의 피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무슨 일이야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이하 올바른 연대)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사무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대한변호사협회·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건축사협회 등 4개 단체가 연대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정부와 국회는 알선·소개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광고도 제한되는 직역에서는 플랫폼 공공화를, 그 외의 직역에서는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입법과 정책을 즉시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올바른 연대를 주도하는 박상수 변협 부회장은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들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으로 뭉쳐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직역 단체들도 함께 뭉쳐서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20만 反플랫폼 연대 : 4개 전문직 단체가 연합한 만큼 현재 회원 수만 20만 명 이상이다. 변협의 제안으로 직역 단체들이 하나둘 모였다. 변협은 지난 2015년부터 법률 서비스 중개 플랫폼 ‘로톡’과 분쟁 중이다. 올바른 연대에 따르면 한의사협회, 대한세무사협회 등도 합류 의사를 밝힌 상태. 세무사협회도 세무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약사협회 등도 가입을 위한 논의 중이다.

◦“플랫폼 규제 필요” : 올바른 연대 측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우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도 높은 플랫폼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혁신, 4차 산업혁명이란 미명 하에 플랫폼의 부작용과 폐해를 덮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과 갈등 중인 법률·의료·세무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광고 정책이 모두 공정성에 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왜곡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공공성이 강한 직역 관련 플랫폼 비즈니스는 정부 기관이 함께 체계를 만들고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나의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이게 왜 중요해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의 갈등은 증가 추세다. 소규모 스타트업 수준이던 의료·법률·세무 플랫폼들이 사용자 수백만, 혹은 1000만 이상의 서비스로 성장하면서 기존 직역 단체들의 위기감이 커졌다. 의협 vs 닥터나우(비대면 진료 앱), 변협 vs 로톡, 의협 vs 강남언니·바비톡(미용·의료 정보 앱), 감정평가사협회 vs 빅밸류(부동산 시세 정보 앱) 등이 대표적. 직역 단체들의 연대를 계기로 이런 분쟁이 더 확대될 수 있다.

① 직역 단체들의 반격: 수사나 소송에선 직역 단체들의 ‘판정패’가 반복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5월 로톡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광고·홍보 행위에 협조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도 법무부·검찰·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또 정부의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강남언니 등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의협·치의협·한의협이 한목소리로 반대해온 사안에 대해 법원과 정부 모두 플랫폼 손을 들어준 것. 이번 대규모 연대 결성은 직역 단체들이 단체 행동을 통해 정부·국회를 압박하고,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신호다.

택슬리, 삼쩜삼, 강남언니, 로톡 등의 플랫폼에 대해 직역 단체들은 "전문성을 요하는 비즈니스인만큼 플랫폼의 공공화, 공정화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 [중앙포토]

택슬리, 삼쩜삼, 강남언니, 로톡 등의 플랫폼에 대해 직역 단체들은 "전문성을 요하는 비즈니스인만큼 플랫폼의 공공화, 공정화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 [중앙포토]

② 공공성 논란 : 전문직 단체들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짠 알고리즘 대신 정확한 정보를 모은 공공 전문직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변협은 공공성을 강화한 플랫폼이라며 지난 3월 ‘나의 변호사’를 출시했다. 로톡과 비슷하지만 변호사들로부터 별도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비스를 만든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나의 변호사’에 대해 “공신력 있는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공익 서비스”라며 “광고비 투자 경쟁을 유도하는 플랫폼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역 단체가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공공화, 공정화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변협은 "로톡이 독과점하면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된다"고 주장하며 ‘나의 변호사’를 출시했지만, 변협만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독과점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갈등의 장기화나 일방적인 규제는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부가 신산업과 전통 산업 간의 갈등에서 아무 손도 들어주지 못하거나 목소리 큰 쪽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리걸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크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플랫폼 업계의 반응은

올바른 연대의 행보를 지켜보며 추후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협의체를 만들어서 문제를 중재하려고 할 때 약사회 등 직역 단체들은 협의체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역 단체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화엔 임하지 않으면서 반대를 위한 연대를 꾸렸다는 것.

“기득권층인 직역 단체들이 플랫폼 죽이기 정책을 내놓으려는 시도”라는 반발도 있다. 렌터카 호출을 중단시킨 이른바 ‘타다금지법’처럼 유사한 입법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나의 변호사’ 서비스를 만들어 본 변협은 느꼈겠지만, 플랫폼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공공화, 공정화를 이유로 직역 단체들이 플랫폼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협, ‘로톡’ 이용한 변호사들 징계

18일 변협은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9명에 대해 ‘회칙 위반’ 등을 이유로 최대 300만원 과태료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변협이 로톡 가입과 관련해 변호사를 징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이날 “수차례 반복된 ‘로톡 합법’ 결론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며 “징계 받은 변호사의 이의 신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톡과 변협 간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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