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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파일럿도 극찬했다…첫 韓전투기 'KF-21' 놀라운 성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에 나서는 모습. 사진 KAI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에 나서는 모습. 사진 KAI

“KF-21(보라매)은 조종하기 쉬우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전투기입니다. 지상 활주 땐 전고가 높고 육중해 큰 비행기를 모는 느낌이 들고, 상공에선 FA-50(경공격기)과 비행 특성이 유사합니다. 잘 훈련돼 있는 조종사라면 KF-21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F-21 시험비행에 다섯 차례 참여한 진태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행시험팀 수석조종사는 첫 한국산 전투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21일 경남 사천시 사천비행장에서 열린 ‘2022 사천에어쇼’ 현장에선 KF-21이 첫 선을 보여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날렵한 몸체와 날 선 눈매, 당장에라도 날아오를 듯 늠름한 모습이었다.

KF-21은 국내에서 전투 목적으로 개발한 첫 항공기로, KAI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가로 11.2m 세로 16.9m의 동체는 회색으로 도색돼 있고, 조종석 아래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꼬리 날개엔 전투기 네 대가 날아오르는 모습과 함께 ‘003’이란 숫자가 적혀 있었다. 2015년 체계 개발을 시작한 뒤 6대의 시제기가 생산됐는데, 세 번째 시제기란 의미다. KAI 관계자는 “KF-21이 워낙 ‘귀하신 몸’이라, 에어쇼 전시를 위해 KAI 사천공장 격납고에서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KF-21 조종석 아래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걸렸다. 사천=고석현 기자

KF-21 조종석 아래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걸렸다. 사천=고석현 기자

KF-21 시제기 3호 꼬리날개엔 비행기 네대가 비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시제기 6대는 비행기의 캐릭터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꼬리 디자인을 채택했다. 사천=고석현 기자

KF-21 시제기 3호 꼬리날개엔 비행기 네대가 비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시제기 6대는 비행기의 캐릭터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꼬리 디자인을 채택했다. 사천=고석현 기자

KAI 사천공장 ‘고정익동’(날개가 동체에 고정된 제품을 생산)은 KF-21의 고향이다. 이곳에선 각종 군용기와 민항기를 생산하는데, 공장 크기가 가로 120m, 세로 180m에 이른다. 내부엔 기둥이 하나도 없었는데, 소형기부터 대형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비행기를 한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에선 KF-21 시제기 테스트와 국산 전술 입문기인 TA-50 등 조립이 한창이었다. KF-21 등 전투기는 대부분 중앙동체를 중심으로 전·후방 동체를 결합하고 날개를 연결해 조립한다.

이상휘 KAI 고정익생산관리팀장은 “KF-21은 제조 공정이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다. 사람이 하면 10명이 3~4시간 걸리던 결합 공정도 무인운반차(AGV)와 동체 자동결합 시스템(FASS)이 순식간에 해결된다”며 “결합 오차가 0.025㎜로, 머리카락보다 얇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도 이 자동 공정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KF-21은 조종석에 계기판과 버튼 대신 ‘멀티펑션 디스플레이’(MFD)와 같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했다. MFD는 조종사에게 필요한 상황에 따라 현재 운항속도를 표시하거나, 전자지도 등을 띄울 수 있다고 한다. 4세대 전투기임에도, 스텔스기 성능과 최신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어 4.5세대 전투기로 불린다.

KF-21 중앙동체를 중심으로 전·후방 동체를 결합하는 모습. 무인운반차와 동체자동결합시스템(FASS)으로 자동화 돼있는데, 오차가 0.025㎜ 이하로 머리카락 보다 얇다. 사진 KAI

KF-21 중앙동체를 중심으로 전·후방 동체를 결합하는 모습. 무인운반차와 동체자동결합시스템(FASS)으로 자동화 돼있는데, 오차가 0.025㎜ 이하로 머리카락 보다 얇다. 사진 KAI

KF-21을 최종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 KAI

KF-21을 최종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 KAI

KF-21 옆 생산 라인에선 TA-50이 조립되고 있었다. 최근 폴란드 수출에 성공한 FA-50의 모체가 되는 모델이다. KAI 관계자는 “한국 공군 납품용으로 제작 중이었는데, 이 중 12대를 먼저 폴란드에 보내게 됐다”며 “한 달에 세 대씩 생산하고 있어 한국 공군 전력화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33분간의 최초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KF-21은 2026년까지 2000여 회의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 안전성과 적합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공군은 2028년까지 KF-21 40대를,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상휘 팀장은 “KF-21이 본격 양산되기 전까지는 계속 개조개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시제기 여섯 대는 다음 세대 업그레이드를 위한 테스트 플랫폼으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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